
매출이 커져도 현금이 먼저 바닥날 수 있다…‘Default Alive’ 계산법

추가 투자 없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지는 현재 현금으로 그때까지의 적자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매출이 늘더라도 중간에 현금 잔액이 0 이하로 내려가면 현재 경로로는 버틸 수 없다. 폴 그레이엄의 Default Alive 기준은 최근 몇 달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비용이 일정할 때, 남은 현금으로 수익성에 도달하는지를 묻는다.
계산하려면 기준 월의 현금·매출·비용·매출 성장률을 정하고 다음 달부터 예상 매출과 비용, 월말 현금을 차례로 적는다. 매출이 비용을 처음 넘는 달을 찾은 뒤 그달까지의 최저 현금 잔액을 확인하면 된다. 현재 현금을 이번 달 적자로 나눈 단순 런웨이는 매출이 늘면서 적자가 줄어드는 과정과 그 사이에 필요한 현금을 보여주지 못한다.
입력값은 어디에서 가져오나
출발점은 기준 월말에 운영에 쓸 수 있는 현금이다. 계좌 잔액을 모으되 용도가 제한된 돈이나 이미 지급이 확정된 금액은 별도로 표시한다. 같은 달의 매출과 비용은 월별 손익 집계에서 가져오고, 급여·임차료 같은 반복 지출뿐 아니라 판매에 따라 달라지는 원가와 결제 수수료도 빠뜨리지 않는다. 손익계산에 들어가는 비용과 실제 지급일이 다른 항목은 각각 기록한다.
매출이 잡힌 달과 고객에게서 돈이 들어오는 달도 다를 수 있다. IFRS 재단의 현금흐름표 설명은 현금 유입·유출을 영업·투자·재무 활동으로 구분하며, 이익에서 영업현금흐름을 구할 때 비현금 거래와 수금·지급 시차를 조정하도록 한다. 따라서 손익분기 월은 매출과 비용으로 찾고, 현금 소진 월은 실제 입금과 지급 예정액으로 판단해야 한다. 설비 구매나 차입금 상환처럼 월 비용에 잡히지 않더라도 현금을 쓰는 일정이 있다면 현금 지출 열에 넣는다.
월 매출 성장률은 ‘이번 달 매출−지난달 매출’을 지난달 매출로 나눠 구한다. 비교할 두 달에 일회성 대형 계약이나 계절적 변동이 섞여 있다면 그 비율 하나를 계속 적용하기 어렵다. 최근 여러 달의 흐름을 살펴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매출 증가분과 일회성 매출을 구분한 뒤 기준 성장률을 정한다. 이 성장률은 확정된 전망이 아니라 계산의 가정이다.
월별 워크시트로 최저 잔액 찾기
한 행에 한 달을 놓고 ‘월, 예상 매출, 예상 비용, 월 손익, 예상 현금 입금, 예상 현금 지급, 월말 현금’을 열로 만든다. 기준 월말 현금을 첫 행의 시작 잔액으로 적는다. 매출과 입금, 비용과 지급이 모두 같은 달에 일어나는 단순한 사업이라면 각각의 값이 같지만, 시차가 있으면 열을 합쳐서는 안 된다.
- 다음 달 예상 매출은 이번 달 매출에 ‘1+월 성장률’을 곱한다. 비용을 고정하는 기본 경로에서는 이번 달 비용을 다음 달에도 그대로 쓴다.
- 월 손익은 예상 매출에서 예상 비용을 뺀 값이다. 월말 현금은 전월 말 현금에 그달 입금을 더하고 지급액을 뺀다. 이 계산을 매달 반복한다.
- 월 손익이 처음 0 이상이 되는 달과 그때까지의 최저 현금 잔액을 찾는다. 손익분기 월 전에 잔액이 0 이하가 되면 현재 현금만으로는 그 경로를 유지할 수 없다.
Y Combinator의 창업 재무 강의는 은행 잔액과 현금 유입·유출을 출발점으로 삼고, 월 비용·시작 매출·성장률로 수익성까지 필요한 기간과 자본을 추정하면서 비용이 계속 일정하다는 가정도 점검하라고 설명한다. 월말 잔액이 양수여도 월중 지급일이 입금일보다 빠르면 한때 돈이 모자랄 수 있다. 최저 잔액이 작게 남는 달은 주요 입금일과 급여 등 지급일을 일별로 배치해 그 사이의 부족분까지 확인한다.
가상 회사의 현금 최저점
다음 수치는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가상 사례다. 기준 월말 사용 가능 현금이 2000만원, 월 매출이 2000만원, 월 비용이 3000만원이라고 하자. 매출은 매달 10%씩 늘고 비용은 고정되며, 매출과 비용이 발생한 달에 모두 현금으로 입금·지급된다고 가정한다. 현재 월 적자 1000만원으로만 계산한 런웨이는 2개월이지만, 매출 증가를 넣은 현금 경로는 다르다.
1개월 차 매출은 2200만원이고 월말 현금은 1200만원이다. 2개월 차에는 매출 2420만원에 현금 620만원, 3개월 차에는 매출 2662만원에 현금 282만원이 남는다. 4개월 차 매출은 2928만2000원으로 아직 비용에 못 미치지만 월말 현금은 210만2000원으로 양수다. 5개월 차 매출이 3221만200원으로 비용을 넘으면 그달 말 현금은 431만2200원이 된다.
이 가정에서 손익분기점까지 현금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때는 4개월 차 말이다. 누적 소진액은 1789만8000원이고, 시작 현금에서 이를 뺀 완충 폭은 210만2000원이다. 월말 기준으로는 현금이 바닥나지 않아 Default Alive에 해당하지만, 수금이 늦어지거나 지급액이 이 완충 폭보다 크게 늘면 판단이 바뀐다. 회계상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 달에도 입금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현금 예측은 실제 입금이 지출을 감당하는 달까지 이어야 한다.
성장이 둔화하거나 비용이 늘면
같은 시작 현금에서 매출 성장률만 월 5%로 낮추고 비용을 3000만원으로 유지해 보자. 1개월 차 월말 현금은 1100만원, 2개월 차에는 305만원이다. 3개월 차 매출은 2315만2500원으로 계속 늘지만 월말 현금은 379만7500원 부족해진다. 이 조건에서 매출이 비용을 넘는 때는 9개월 차이므로, 매출 증가 자체가 추가 자금 없는 생존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번에는 성장률을 월 10%로 두고 3개월 차부터 비용이 3300만원으로 오른다고 가정하자. 2개월 차 말까지는 기본 경로와 같아 현금 620만원이 남는다. 3개월 차에는 매출 2662만원에서 비용 3300만원을 지급해 월말 현금이 18만원 부족해진다. 인력 충원이나 고객 확보 지출을 계획했다면 늘어나는 비용을 실제 발생 월부터 반영해야 한다.
비용을 한 금액으로 고정한 표는 매출 증가에 따라 원가·결제 수수료 같은 변동비도 커지는 사업을 낙관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이런 항목은 예상 매출에 대응하는 지출로 계산하고, 수금이 늦어지는 거래는 매출 증가와 별개로 입금 열을 뒤로 옮긴다. 성장 둔화와 비용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로도 같은 시작 잔액에서 계산해야 각 가정이 현금 부족 시점을 얼마나 앞당기는지 알 수 있다.
성장률·비용·현금 중 무엇을 바꿔야 하나
현금이 먼저 0에 닿는 경로라면 변수를 하나씩 바꿔 필요한 조정 폭을 계산할 수 있다. 앞의 월 5% 성장 사례에서 비용을 처음부터 월 2500만원으로 낮추면 매출이 비용을 넘는 5개월 차 이전의 최대 누적 소진액은 약 948만7400원이다. 시작 현금 2000만원으로 그 구간을 감당할 수 있다. 다만 비용 인하 때문에 매출 성장도 느려진다면 낮아진 성장률을 다시 표에 넣어야 한다.
비용을 월 3000만원으로 유지하고 성장률도 월 5%에 머문다면, 현금 잔액은 8개월 차 말에 약 1946만8700원 부족한 최저점에 이른다. 다른 조건이 모두 그대로라면 이 부족액보다 큰 추가 현금이 있어야 잔액을 양수로 유지할 수 있으며, 실제 계획에는 예상 밖의 지출을 감당할 여유도 필요하다. 성장률을 높이는 선택은 적자를 줄일 수 있지만 그 성장을 위해 지출이 먼저 늘면 두 변화 모두 반영해야 한다. 어느 선택이 가능한지는 바꾼 조건으로 다시 계산한 최저 현금 잔액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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