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20만대 보급…중소기업은 자동화부터 막힌다

|작성자: QUASA 편집팀|5 분 소요
AI로봇 20만대 보급…중소기업은 자동화부터 막힌다

정부는 9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회의 결과에서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AI 로봇 20만 대를 보급하고, 2027년 정부가 1700대 이상을 먼저 구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는 대구·경북 로봇 특화단지도 지정하고, 이 지역에 연계된 선도기업의 5조3839억 원 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보급 수량은 이미 공급한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달성할 목표다.

공공 구매로 초기 수요를 만들고 민간 도입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한 총리가 “AI로봇 산업은 초기 시장을 빠르게 형성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브릿지경제 보도에 따르면 전체 물량은 공공 1만5000대, 민간 18만5000대로 나뉘며, 중소·중견기업에는 해마다 1000대 이상을 대상으로 구매비용의 50%를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민간 물량의 대부분을 맡을 중소 제조 현장에는 로봇을 들이기 전에 공정 자동화와 작업 데이터 확보라는 과제가 있다.

첫 수요는 재난·우편·농업·복지 현장

정부가 먼저 구매할 로봇은 사람의 안전과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나는 곳에 배치될 예정이다. 화재와 인명 구조처럼 위험도가 높은 현장, 우편물 분류처럼 반복 작업이 많은 곳, 농업과 복지 분야가 초기 수요처로 제시됐다. 현장별 용도를 정하고 실제 운용에서 성능을 확인하려는 계획이다.

재난 현장과 우편 분류는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다. 재난 대응에서는 불규칙한 지형과 사람의 안전을 고려해야 하지만 우편 작업에서는 정해진 물건을 일정한 흐름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농업은 작업 대상과 환경이 바뀌고, 복지 현장에는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움직이는 로봇의 안전성과 서비스 적합성이 관건이다. 초기 구매 대수만으로 어떤 형태의 로봇이 가장 널리 쓰일지 단정하기 어렵다.

정부가 첫 구매자가 되는 배경에는 국내 기업의 양산 여건도 있다. 연구개발이 진행돼도 주문과 사용 경험이 부족하면 기업은 생산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 공공 현장에서 실제로 쓰인 장비의 고장, 유지관리 부담, 사용자의 개선 요구를 다시 개발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 계획에도 사후 관리체계를 갖추고 현장의 개선 요구를 기술 고도화에 반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다음 공공 수요는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로 넓어질 예정이다. 중앙정부의 첫 구매에서 확인된 운용 성과가 이후 조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구매 계약의 핵심도 납품 대수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떤 작업을 맡길지, 기존 인력과 안전 구역을 어떻게 나눌지, 고장이 나면 누가 대응할지까지 정해져야 장비가 현장에서 계속 쓰인다.

민간 물량을 채우는 구매 지원의 범위

전체 계획에서 민간 도입 몫이 큰 만큼 공공 조달만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구매비 보조는 장비 자체에 드는 초기 지출을 줄이는 수단이다. 정부는 로봇을 빌려 쓰는 렌탈 지원과 규제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이 바로 구입하기 어려운 장비를 운용할 여지를 넓히려는 방향이다.

지원의 효과는 로봇이 현장에서 맡을 작업이 분명할 때 커진다. 기존 설비 사이에 장비를 넣으려면 작업물이 들어오는 순서와 위치, 이동 동선, 작업자의 접근 범위가 일정하게 정리돼 있어야 한다. 제품 종류가 자주 바뀌는 사업장에서는 전환할 때마다 로봇의 동작을 새로 설정해야 할 수도 있다. 구매비 지원을 받더라도 이런 공정 조정 비용과 가동 중단 부담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부품의 방향을 손으로 바로잡은 뒤 다음 설비에 넘기는 공정이라면, 로봇을 설치하기 전에 부품이 일정한 자세로 공급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그 과정이 일정하지 않으면 로봇의 인식과 집기 동작이 복잡해지고, 도입 후에도 작업자가 계속 개입해야 한다. 이는 특정 기업의 사례가 아니라 반복 공정을 자동화할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설계 문제다.

지원 대상 장비의 세부 사양과 업체별 신청·평가 방식은 후속 사업 공고에서 구체화될 부분이다. 도입 규모를 계획하는 기업에는 보조금 비율뿐 아니라 설치, 통합, 유지관리까지 포함한 실제 부담이 중요하다. 렌탈 역시 초기 구입비를 나누는 방식이지, 공정에 맞게 장비를 조정하고 작업 데이터를 쌓는 과정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스마트공장 도입률이 보여주는 선행 과제

삼일PwC의 제조업 분석이 인용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조사에서 공장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18.6%였다. 같은 조사에서 중소·중견 제조기업 전체의 제조 AI 도입률은 0.1%였고,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 가운데 75.5%는 기초 단계였다. 앞의 두 비율은 조사 범위가 다르며, 로봇 보급 대수와 기업 수를 직접 대비한 수치도 아니다. 민간 확산을 맡을 생산 현장의 디지털 기반이 아직 고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마트공장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실제 역량은 다르다. 생산 실적을 전산으로 입력하는 단계와 설비 상태, 불량 원인, 작업 순서를 연결해 로봇의 동작을 바꾸는 단계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로봇이 물건을 옮길 수 있어도 언제 다음 공정이 준비됐는지 알 수 없다면 자동화된 구간의 앞뒤에서 사람이 다시 흐름을 맞춰야 한다. 데이터가 모이지 않거나 형식이 제각각이면 작업 중 생긴 문제를 찾아 개선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제조 AI의 도입은 휴머노이드 구매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위치와 순서가 고정된 반복 작업은 기존 산업용 로봇이나 협동로봇으로 먼저 자동화할 수 있다. 반면 작업물이 불규칙하게 들어오고 주변 사람이 수시로 움직이는 공정은 인식, 판단, 안전 제어가 더 어려워진다. 필요한 기술을 가르는 기준은 로봇의 외형보다 작업의 반복성, 변동성, 위험도다.

현장에서 쓸 데이터를 쌓는 일도 단순한 기록 확대와는 다르다. 어느 설비에서 어떤 부품을 처리했는지, 결과 품질이 어땠는지, 사람이 개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연결되어야 운용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 정부는 보급된 국산 로봇에서 얻는 데이터를 피지컬 AI 모델 개발에 연계할 계획이다. 개별 사업장에서는 일관된 데이터 수집 방식과 공정 표준화가 이후 성능 개선의 조건이 된다.

대구·경북 생산거점과 중소기업 현장 사이

대구·경북의 로봇 특화단지는 공급 측 계획을 구체화한다. 구미·포항을 묶어 연구개발부터 핵심부품, 완제품 생산, 실증과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자동차 부품기업이 로봇 부품기업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고, 대경권 산업과 연결한 로봇 데이터 팩토리도 구축할 예정이다. 생산 기반을 넓히는 한편 실제 사용할 기업의 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생산거점이 커지는 것과 중소 제조사가 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서로 맞물리지만 같은 과제는 아니다. 공급기업에는 다양한 현장에 맞는 장비와 사후 관리 역량이 필요하고, 도입기업에는 로봇이 담당할 작업 범위와 기존 설비를 잇는 기준이 필요하다. 공공 현장에서 얻은 사용 경험이 지역 제조업의 부품·완제품 개발에 반영되면 공급과 수요 사이의 간격을 줄일 수 있다.

다음에 확인할 것은 첫 공공 구매의 조달 조건과 민간 구매 지원의 집행 방식이다. 어떤 분야에 어떤 장비가 배치되고 설치 뒤 성능 개선을 누가 맡는지가 정해지면, 정부의 구매 계획이 실제 운용으로 이어질 경로도 뚜렷해진다. 중소 제조 현장에서는 반복 작업을 안정화하고 그 결과를 데이터로 남기는 일이 도입 효과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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