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기술 일자리 43만 개 늘어난다…AI보다 판단력 수요가 커진다

9월 23일 ITPro 보도에 따르면 ServiceNow와 Pearson의 2026년 인력·역량 전망은 영국 기술·미디어·통신 부문 일자리가 2031년까지 43만 2000개, 현재보다 28.2% 늘 것으로 추정했으며, ServiceNow 최고학습책임자 제이니 하우슨은 “Learning must keep pace with work.”라고 말했다. 이는 이미 확정된 채용 인원이 아니라 향후 산업 고용에 대한 예측이다. 전망에서 함께 부각된 것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과 그 결과를 판단하고 다른 사람과 조율하는 능력이다.
ServiceNow는 Pearson과의 공동 분석에서 12개국·9개 산업의 2031년 역량 수요를 모델링했으며 기술 역량뿐 아니라 리더십과 협업 같은 인간 역량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봤다. 영국의 고용 증가치와 개별 역량의 수요는 이 전망에서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한국의 기술 직군과 교육 담당자가 참고할 부분도 영국의 증가 인원 자체보다 어떤 업무 능력이 함께 요구되는지에 있다.
43만 2000개는 어떤 일자리를 뜻하나
증가 전망의 범위는 영국 전체 노동시장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 한 직종이 아니다. 기술, 미디어, 통신을 함께 묶은 산업 부문의 순고용 변화다. 통신 운영이나 미디어 제작처럼 업무가 다른 조직도 같은 산업 범위 안에 들어가므로, 부문 전체의 증가율을 개별 직업의 채용 증가율로 옮길 수는 없다.
이 수치를 현재 구인 공고의 개수로 읽어도 곤란하다. 산업 고용 전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한 인력이 얼마나 달라질지를 추정하지만, 어느 회사가 언제 어떤 고용 형태로 사람을 뽑을지는 정하지 않는다. 같은 순증 규모라도 신규 채용, 기존 직원의 업무 변경, 퇴직자의 대체 채용이 현장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고용 총량과 역량별 수요 역시 합산 대상이 다르다. 한 사람이 Python을 사용하면서 문제를 정의하고 다른 팀과 협업할 수 있으므로, 역량별로 필요한 사람 수를 더하면 새 일자리 수가 나오는 구조가 아니다. 이 차이를 놓치면 특정 기술을 익힌 사람의 수요와 새 직책의 수를 같은 것으로 오해하게 된다.
기술 역량은 더 빨리 늘고, 사람의 역량도 더 필요해진다
9월 22일 Compare the Cloud 보도는 영국의 기술 역량 수요 증가율을 18%, 인간 역량을 2%로 제시하고, 이해관계자 소통에는 약 1만 7000명, 문제 해결에는 약 1만 6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Python과 협업 수요도 각각 1만 명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했다. 같은 보도에서 테스트 관리 역량 수요는 두 배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판단력과 협업이 중요해진다는 전망을 기술 역량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문제 해결은 기술을 선택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 규정하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원인을 가리는 능력이다. Python은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기술 역량이다. 두 역량의 수요가 함께 커진다는 것은 도구를 작동시키는 일과 도구를 어디에 적용할지 결정하는 일이 서로 연결된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협업과 이해관계자 소통에도 별도의 업무가 있다. 자동화된 결과를 다른 팀이 사용하려면 입력 자료의 의미, 오류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 변경 권한을 서로 맞춰야 한다. 이런 조율은 결과가 실제 업무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다. 전망이 인간 역량을 별도로 집계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친화력이라는 막연한 표현보다 이처럼 팀 사이에서 이뤄지는 판단을 보는 편이 정확하다.
증가율과 필요한 인원 수는 같은 지표가 아니다. 기존에 드물게 요구되던 역량은 수요 인원이 비교적 적게 늘어도 높은 증가율을 보일 수 있다. 반대로 많은 직무에서 이미 쓰는 역량은 증가율이 낮아도 추가로 필요한 사람 수가 클 수 있다. 영국 전망에서 기술 역량의 빠른 성장과 문제 해결 인력의 큰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는 배경이다.
테스트 관리 수요가 보여주는 업무 변화
테스트 관리에 대한 전망은 AI가 업무에 들어올수록 결과를 검증하는 역할도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테스트 전략을 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성능과 자동화된 시험을 다루는 일은 코드를 작성하는 일과 다른 판단을 요구한다. 기능이 작동하는지에 더해 어떤 실패를 허용할 수 있는지, 어느 조건에서 다시 확인해야 하는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스트를 자동화하더라도 무엇을 시험할지는 사람이 결정한다. 요구 사항이 모호하면 자동화된 시험은 잘못 정한 기준을 반복해서 통과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테스트 관련 역량에는 도구를 실행하는 숙련도와 함께 요구 사항을 해석하고 결과의 의미를 설명하는 능력이 붙는다. 이 관계는 AI 도입이 기술 업무를 없애거나 인간의 판단만 남긴다는 단순한 구도로 설명되지 않는다.
직무 전환의 관점에서는 기존 업무 경험이 새로운 기술과 만나는 지점이 중요하다. 가령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예외를 분류해 온 사람이 Python을 배운다면, 어떤 기록을 정리하고 어떤 확인 절차를 자동화할지 정하는 데 기존 경험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특정 경력 전환의 성공을 보장하는 사례가 아니라, 문제를 아는 능력과 도구를 쓰는 능력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여주는 조건부 예시다.
테스트 업무도 비슷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 조건을 아는 사람은 오류가 발생했을 때 영향을 받는 업무를 설명할 수 있고, 기술 담당자는 그 조건을 시험 가능한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 두 역할 사이의 연결이 잘못되면 시험 횟수가 늘어도 중요한 실패를 놓칠 수 있다. 역량 전망을 직함의 인기 순위보다 실제 업무 사이의 연결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이 만든 전망을 한국에 적용할 때
이 예측은 ServiceNow가 연구 파트너 Pearson과 함께 작성하고 공개한 기업 주도 전망이다. 미래의 채용 실적을 관찰한 결과가 아니라 경제와 기술 도입에 관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 모델의 산출물이다. 따라서 제시된 고용 증가치를 기업들의 확정된 채용 약속으로 받아들일 근거는 없다.
영국의 기술·미디어·통신 부문과 한국의 산업 구조도 같지 않다. 같은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기존 인력 규모, 업무 분담, 기업의 채용 방식에 따라 순고용 변화는 달라질 수 있다. 한국에서 해당 증가 인원이나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개발·운영·검증 업무에서 기술 역량과 문제 해결·협업 역량이 함께 요구될 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이 전망의 적절한 활용 범위다.
교육 과정에서도 역량 이름만 떼어 놓으면 전망의 핵심이 흐려진다. Python을 쓰는 법과 문제를 정의하는 법은 별개로 가르칠 수 있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무엇을 자동화할지 정하고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만난다. 테스트 관리가 부각된 것도 구현 이후의 검증과 책임이 하나의 업무로 이어진다는 점을 드러낸다.
영국에서 예상한 인원 규모가 한국에서도 나타날지는 국내 채용과 산업별 고용 자료가 쌓여야 판단할 수 있다. 그동안 구직자에게 더 직접적인 변화는 새 직함의 등장보다 기존 직무에 요구되는 역량의 조합이 바뀌는 일일 수 있다.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더해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다른 팀의 결정과 연결할 수 있는지가 그 조합을 가르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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