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감독하는 판단력, 기업과 직원의 인식이 42%포인트 갈렸다

|작성자: QUASA 편집팀|5 분 소요
AI를 감독하는 판단력, 기업과 직원의 인식이 42%포인트 갈렸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2026년 9월 21일 공개한 글로벌 조사 에서 최고인사책임자(CHRO)의 71%는 AI 결과를 감독·검증하고 필요하면 뒤집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꼽았지만, 판단력을 중요하게 본 직원은 29%였다. 두 응답의 차이는 42%포인트다. 다만 같은 문항에 대한 답을 비교한 수치는 아니다.

IBM의 이번 조사는 기업이 중시하는 인간의 판단 역량과 직원이 우선순위에 두는 역량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동시에 AI가 낸 결과를 확인하고 고치는 일이 누구의 업무이며, 그 결정에 필요한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지 묻는다. 조사 결과는 인식과 업무 경험을 보여줄 뿐, 직원의 판단 능력이 실제로 부족하다고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42%포인트 격차는 서로 다른 역량 문항의 비교다

수치를 읽을 때는 비교 대상부터 구분해야 한다. IBM의 전체 연구 페이지 는 인력 전략을 맡은 CHRO와 고위 임원 1,500명, 직원 8,800명을 별도 설문으로 조사했다고 밝히며, AI 결과를 감독·검증하거나 뒤집는 동일한 역량을 우선시한 비율은 경영진 71%와 직원 38%로 제시하고, 조직의 46%는 AI 전략을 정할 때 CHRO를 참여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보도자료의 29%는 직원이 ‘판단력’을 중요하게 본 비율이다.

따라서 제목의 차이를 양쪽이 같은 질문에 답해 나온 격차로 해석하면 정확하지 않다. 보도자료는 경영진이 꼽은 AI 결과의 감독·검증 역량과 직원이 꼽은 판단력을 나란히 놓았다. 전체 연구는 AI 결과를 평가하는 역량을 양쪽에 맞춰 비교한다. 어느 비교에서도 우선순위의 차이는 드러나지만, 두 수치를 서로 바꿔 쓸 수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판단은 AI의 답을 무조건 거부하거나 사람이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일이 아니다. 결과가 업무 목적에 맞는지 살피고, 빠진 맥락이나 잘못된 근거를 찾아내며, 그대로 쓸지 수정하거나 중단할지를 결정하는 일에 가깝다. 이 활동을 직원이 실제로 수행하더라도 직무에 명시하지 않으면 필요한 시간과 결정 권한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조사에서 확인된 개별 기업의 실패 사례가 아니라, 응답 차이에서 제기되는 직무 설계상의 문제다.

AI 결과 뒤에 남는 검증 업무

AI가 초안이나 추천을 빠르게 만들더라도 결과물을 받아 쓰기 전의 작업은 남는다. HR Dive의 관련 보도 는 CHRO의 80%가 AI 도입으로 추천 결과 검증과 오류 수정 같은 ‘보이지 않는 업무’가 생긴다고 본 조사 결과를 짚었다. 출력물을 만드는 시간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를 확인하는 시간까지 줄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검증에는 사실관계 확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원은 AI의 추천에 필요한 정보가 빠졌는지 확인하고, 기존 절차에 맞지 않는 예외를 발견하며, 결과를 수정하거나 상급자에게 판단을 넘겨야 할 수 있다. 잘못된 결과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결정도 업무의 일부다. 그러나 완성된 산출물만 세는 방식으로는 폐기한 출력과 오류를 막기 위해 들인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검증 범위는 결과의 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내부 참고용 초안과 고객에게 전달할 판단에 같은 승인 절차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결과의 영향이 큰데도 누가 근거를 확인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지 정하지 않으면 직원 개인이 위험을 떠안게 된다. 검증을 맡겼다는 말만으로 결과를 뒤집을 권한까지 부여된 것은 아니다.

직원이 역량 약화를 걱정한다는 응답도 실제 능력 감소를 측정한 결과와 구별해야 한다. AI가 먼저 답을 내는 일이 늘어날 때 사람이 근거를 따져 볼 기회가 얼마나 남는지, 오류를 발견했을 때 그 판단이 업무에 반영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번 설문은 그런 질문을 제기하지만 시간에 따른 역량 변화를 추적한 시험은 아니다.

직무기술서에는 검증과 예외 처리의 경계를 적어야 한다

조사 결과를 직무 재설계에 연결한다면 ‘AI 활용 능력’이라는 포괄적인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AI가 만드는 결과 가운데 무엇을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지, 어떤 오류는 담당자가 직접 고칠 수 있는지, 어느 시점에 승인이 필요한지를 업무 단위로 정해야 한다. 그래야 판단력이 추상적인 역량 목록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역할과 연결된다.

직무기술서와 업무 흐름을 대조할 때 확인할 항목은 다음과 같다.

  • AI가 만든 초안이나 추천 중 사실관계와 업무 맥락을 사람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 오류를 발견한 담당자가 직접 수정하거나 결과의 사용을 중단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 정상 절차로 처리할 수 없는 예외는 누구에게 넘기며, 최종 승인자는 누구인가.
  • 검증과 수정에 쓴 시간, 채택하지 않은 결과, 오류를 막은 판단은 업무량과 성과 평가에 어떻게 반영하는가.

이 구분은 모든 출력에 새로운 승인 단계를 붙이자는 뜻이 아니다. 영향이 작은 업무까지 무거운 절차로 묶으면 확인이 형식화될 수 있다. 반대로 중요한 결정을 직원에게 맡기면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경로나 중단 권한을 주지 않으면 책임과 권한이 어긋난다. 확인 범위와 최종 책임은 결과를 어디에 쓰는지에 맞춰 정해야 한다.

교육 내용도 같은 경계와 맞물린다. 직원이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과 그럴듯한 답에서 빠진 근거를 알아차리는 것은 다른 역량이다. 관리자가 직원의 이의를 받아 결정을 바꿀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판단력을 강조하는 교육만으로는 실제 업무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

인사 책임자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

AI 전략을 정할 때 인사 책임자가 빠지면 기술 도입 계획과 직무 변경 계획이 따로 움직일 수 있다. 도구를 어디에 넣을지 결정하면서도 새로 생긴 검증 업무, 필요한 역량, 승인 권한과 평가 기준을 함께 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참여 여부와 업무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이번 조사만으로 증명했다는 뜻이 아니라, 함께 설계해야 할 항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직원에게 결과 확인을 요구하면서 오류가 났을 때의 책임만 맡기면 감독 역할은 불안정해진다. 담당자가 문제를 지적했을 때 누가 출력을 중단할 수 있는지, 다른 판단이 내려졌다면 그 근거를 어디에 남기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승인권자가 따로 있어도 검증 담당자의 관찰이 사라지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때 판단이 어느 단계에서 끊겼는지 알기 어렵다.

이번 조사가 확인한 것은 기업과 직원의 역량 우선순위가 다르고 AI 도입에 따라 검증 업무가 생긴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공개된 결과만으로 한국 기업과 직원의 응답이 전체와 같은지, 직무기술서를 바꾸면 부담이나 오류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알 수 없다. 그 효과를 판단하려면 실제 업무에서 검증에 드는 시간과 예외 처리 경로, 결정 권한의 변화를 살핀 후속 자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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