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속도는 과거의 4배…미국 노동자 1,100만 명이 직종을 바꾼다

|작성자: QUASA 편집팀|6 분 소요
AI 전환 속도는 과거의 4배…미국 노동자 1,100만 명이 직종을 바꾼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GI)의 2026년 9월 29일 미국 노동시장 보고서는 노동자 약 1,100만 명이 2035년까지 직종을 바꿔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노동력의 약 7%에 해당하는 규모다. 큰 직업군의 경계를 넘는 이동은 연간 약 77만 명이 필요할 수 있다. 과거 평균인 약 21만 5천 명의 3.6배로, 반올림하면 약 4배다. AI와 다른 자동화 기술의 도입, 노동 수요의 변화를 가정한 추정치이며 이미 발생한 이직이나 해고를 센 숫자는 아니다.

변화는 직종을 옮기는 사람에게만 닥치지 않는다. Axios의 같은 날 보도는 미국 노동자의 약 70%가 직종을 유지하더라도 업무를 어느 정도 다시 구성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자리를 둘러싼 핵심 질문은 특정 직업이 통째로 사라지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맡은 일 가운데 어떤 과업이 줄고, 남은 사람이 어떤 판단과 책임을 더 맡게 되는지가 직장인에게 더 가까운 변화다.

약 4배의 속도는 무엇을 비교한 수치인가

전체 직종 이동 전망과 연간 이동 속도의 비교 대상은 다르다. 직종을 바꾸더라도 비슷한 기술을 쓰는 큰 직업군 안에서 옮길 수 있다. 반면 연간 속도는 사무 지원에서 다른 분야로 넘어가듯 큰 직업군 사이의 경계를 넘는 이동을 가리킨다. 이런 이동에는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고, 부족한 기술을 익히거나 입직 자격을 갖추는 과정이 뒤따르기 쉽다.

미국 노동시장은 감염병 유행기에도 이와 비슷한 속도의 이동을 경험했다. 차이는 그 속도를 일시적인 충격에 대응할 때가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공동 저자인 탕기 캐틀린은 블룸버그 인터뷰를 실은 보도에서 “We did it during Covid for two years”라고 말했다. 잠시 채용을 늘려 인력을 흡수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직종 이동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총수가 줄어드는 일자리보다 많아도, 두 자리가 같은 지역에 있고 같은 기술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는 쌓아 온 경력, 현재 임금, 돌봄 책임, 교육에 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이동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력도 필요한 순간에 곧바로 공급되지 않는다. 전망의 실현 여부는 기술 도입 속도뿐 아니라 이런 간격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사무·판매 직종에서는 사람의 일이 어떻게 달라지나

이동 압력이 큰 분야로 꼽힌 것은 사무·행정 지원, 소매 판매, 운송·물류다. 다만 같은 분야 안에서도 반복 절차를 따르는 일과 현장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다르게 바뀐다. 정해진 형식의 정보를 입력·분류하고 결과를 확인하기 쉬운 과업은 자동화가 먼저 적용되기 쉽다. 예외의 원인을 찾고 고객에게 결정을 설명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과업은 기술이 들어온 뒤에도 사람의 몫으로 남을 수 있다.

계산원은 두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다. 셀프 계산, 모바일 결제, 판매 시점 관리 시스템이 통상적인 결제 처리를 맡으면서 계산원에 대한 노동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남은 직원의 일은 결제 오류를 풀고 고객을 돕고 자동화된 절차를 감독하는 쪽으로 옮겨간다. 같은 직종에 머무는 사람도 예전보다 더 많은 예외 처리와 대인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보험 판매와 심사 업무는 또 다른 모습이다. 자료를 모으거나 초안을 만드는 시간이 줄어도 위험을 해석하고 고객의 사정에 맞춰 설명하는 일은 남는다. AI의 결과가 잘못됐을 때 이를 알아채고 수정하는 책임도 생긴다. 따라서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 시간의 비중을 그대로 감원 규모로 읽으면, 기술 도입 뒤에 새로 필요해지는 검토와 품질 관리 업무를 놓치게 된다.

현장 노동이라고 변화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직접 운전하거나 사람과 물건을 다루는 일은 물리적 환경의 제약을 받지만, 그 직무에 붙은 기록·일정 조율·보고는 따로 바뀔 수 있다. 반대로 사무직이라도 규정 해석, 이해관계자 조율,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이 크다면 모든 과업이 같은 속도로 자동화되지는 않는다. 직함보다 실제 하루를 이루는 활동이 변화의 범위를 더 잘 보여 준다.

재교육은 강좌보다 새 직종까지의 경로가 관건

줄어드는 직종의 노동자가 성장하는 직종으로 옮기려면 기존 기술과 새 일의 요구가 맞아야 한다. 여기에 임금 수준, 일자리의 위치, 필요한 자격을 취득하는 시간까지 겹친다. 비슷한 기술을 이미 갖췄더라도 법정 면허가 필요하거나 고용주가 특정 학위를 요구하면 이동은 막힐 수 있다. 교육 과정을 마쳤다는 사실과 실제 채용 가능한 자리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사무 보조에서 프로젝트 관리로 옮기는 경로를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일정 조율과 업무 협업 경험은 새 역할에서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사업 성과를 책임지고 여러 이해관계자를 이끄는 역량은 추가로 필요하며, 채용 요건에 학위나 전문 자격이 포함될 수도 있다.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에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확인해야 교육 기간과 비용을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판매직 노동자가 고객 응대 경험을 활용해 돌봄이나 의료 지원 업무를 택하는 경우에는 다른 장벽이 생긴다. 사람을 대하는 기술은 이어 쓸 수 있지만, 업무에 필요한 전문 지식과 자격은 별도로 갖춰야 한다. 근무 지역과 시간표도 기존 일과 다를 수 있다. 성장 직종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에게 곧바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재교육도 배운 뒤 맡을 역할과 연결돼야 한다. 반복 과업이 줄어드는 직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려면 새 부서가 요구하는 판단, 현장 경험, 자격을 먼저 구체화해야 한다. 채용 공고가 실제 업무와 관계없는 경력이나 학위를 요구한다면 내부에 이미 있는 기술을 활용하기도 어렵다. 직무 설계와 채용 기준이 함께 바뀌어야 교육이 직종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 직장인에게 필요한 과업별 질문

미국의 인원 전망을 한국의 이직 예상치로 옮겨 적을 수는 없다. 직종 분류와 노동 수요, 자격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업무를 반복 처리·판단·관계·현장 수행으로 나누면 자신의 일에서 변화가 먼저 시작될 부분을 살필 수 있다. 이는 개인의 해고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재 기술을 어디까지 이어 쓸 수 있는지 찾는 질문표다.

  • 반복 처리: 입력, 분류, 예약, 초안 작성 가운데 규칙이 일정하고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이 줄면 남는 시간에 어떤 업무가 늘어날 수 있는가?
  • 판단: 오류나 예외가 생겼을 때 누가 근거를 따지고 결정을 책임지는가? 새 직종에서도 쓸 수 있는 전문 지식과 별도로 배워야 할 지식은 무엇인가?
  • 관계: 고객이나 동료의 상황을 이해하고 설명하거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은 무엇인가? 반복 업무가 줄어든 뒤 이 역할에 필요한 경험을 현재 자리에서 쌓을 수 있는가?
  • 현장 수행: 직접 관찰하거나 사람·설비·물건을 다뤄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 일에 붙어 있는 기록과 보고는 현장 수행과 분리해 바꿀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했다면 옮겨 갈 수 있는 직종의 실제 요건과 대조해야 한다. 현재 경험이 통하는 과업, 추가 훈련이 필요한 과업, 자격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는 과업을 구분하면 재교육의 범위가 보인다. 임금과 근무 지역까지 맞아야 그 경로가 생활 속에서 실행 가능하다. 같은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도 감당할 수 있는 교육 기간과 소득 변화가 달라 이동의 난도는 같지 않다.

인사 담당자에게는 자동화 뒤 남을 일을 직무 설명에 반영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계산 업무가 줄어드는 자리에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권한과 훈련이 필요하고, 사무 처리 시간이 줄어드는 자리에는 결과를 검토할 기준과 책임 범위가 필요하다. 사람이 맡을 일이 바뀌었는데도 평가와 채용 기준이 과거 업무에 묶여 있으면, 새 기술을 익힌 직원이 성장 직무로 옮길 통로는 좁아진다.

앞으로 노동시장에 새 자리가 생기더라도 전환의 성패는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얼마나 넓힐지에 달려 있다. 반복 업무를 덜어 낸 뒤 남는 판단과 관계 업무를 명확히 하고, 그 일을 맡는 데 필요한 훈련·자격·임금 조건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력이 필요한 직종과 일을 옮겨야 하는 노동자가 동시에 늘어도 서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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