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요건만 지워선 채용이 안 바뀐다…실무 평가가 필요한 이유

|작성자: QUASA 편집팀|6 분 소요| 1
학위 요건만 지워선 채용이 안 바뀐다…실무 평가가 필요한 이유

학력 대신 직무 역량으로 사람을 뽑으려면 공고의 학위 요건뿐 아니라 선발 기준도 바꿔야 한다. 기업은 입사할 때 필요한 역량과 입사 후 배울 수 있는 역량을 구분하고, 지원자에게 같은 조건의 실무 과제를 준 뒤 미리 정한 기준으로 과제와 면접 답변을 평가해야 한다. 입사 후 업무 수행과 재직 여부까지 살펴야 그 기준이 적절했는지 알 수 있다.

구직자에게 중요한 변화도 학력란의 삭제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보여 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지원 자격은 넓어졌어도 서류 심사에서 학교 이름을 중시하거나 면접관마다 다른 기준으로 사람을 고르면 결과는 달라지기 어렵다.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와 그 증거를 어떻게 채점하는지가 채용 절차에 드러나야 한다.

공고가 바뀌어도 채용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이유

공고에 적힌 조건은 실제 합격자의 구성을 보여 주지 않는다. Indeed Hiring Lab의 미국 공고 분석에서 2024년 1월 학력 요건을 언급하지 않은 공고는 52%였고, 학사 이상을 요구한 비율은 2019년 20.4%에서 2024년 1월 17.8%로 낮아졌다. 이 수치는 공고 문구에 관한 것이므로 누가 최종적으로 채용됐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하버드경영대학원과 Burning Glass Institute의 미국 기업 채용 연구에서는 학위 요건 완화의 혜택을 받은 신규 채용자가 전체 700명 중 1명 미만이었고, 실제 채용 변화의 대부분이 조사 기업의 37%에 집중됐다. 두 분석은 조사 대상과 분모가 달라 수치를 하나의 전환율처럼 연결할 수 없다. 다만 공고에서 문턱을 낮추는 일과 선발 결과를 바꾸는 일은 별개의 단계임을 보여 준다.

인사 담당자가 지원 자격을 넓혀도 최종 결정을 내리는 현업 면접관이 기존의 학력 선호를 유지하면 새 기준은 작동하기 어렵다. 반대로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장만 남기고 필요한 능력을 모호하게 적으면 지원자는 무엇을 준비하고 증명해야 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선발 방법을 정하기 전에 해당 직무에서 실제로 수행할 일을 구체화해야 한다. 미국 자료의 채용 규모나 효과를 한국 기업의 예상 결과로 옮겨 읽을 수는 없다.

직무 기술서에서 필수 역량과 교육 가능 역량을 가른다

먼저 채용할 자리의 업무를 핵심 과업으로 나눈다.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직무를 가정하면 원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 고객에게 실행 가능한 답을 전달하는 일이 과업이 될 수 있다. 이는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다. 현업 담당자와 채용 담당자는 실제 업무에서 각 과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자주 발생하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그다음 과업별로 입사할 때 갖춰야 하는 능력과 교육으로 익힐 수 있는 능력을 구분한다. 고객에게 오해 없이 설명하는 능력은 채용 단계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회사 내부 시스템의 사용법은 입사 후 가르칠 수 있다. 특정 학과 졸업이나 업계 경력을 요구하려면 그 조건이 어떤 필수 과업에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연결이 불분명하다면 직무 능력 대신 익숙한 이력을 고르는 기준으로 남을 수 있다.

공고에는 추상적인 인재상보다 실제 과업과 기대하는 산출물을 적는 편이 유용하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혼자 판단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언제 협업이 필요한지를 밝히면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을 대조할 수 있다. 학위 없이도 같은 수준의 능력을 보여 줄 경로를 열어 두되, 법정 자격이나 업무에 필수인 면허는 학력 요건과 구별해야 한다.

필수 역량을 지나치게 많이 적으면 지원 자격은 사실상 다시 좁아진다. 모든 역량을 입사 후 교육으로 돌리면 당장 필요한 기본 수행 능력을 확인하기 어렵다. 공고를 확정하기 전에 과업마다 채용 단계에서 관찰할 항목과 교육 계획으로 넘길 항목을 표시하면 과제와 면접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흘러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같은 실무 과제로 수행 능력을 관찰한다

실무 과제는 해당 직무의 작은 부분을 재현해야 한다. 미국 인사관리처의 평가 설계 지침은 모의 과제가 직무 분석에서 확인한 업무와 맞아야 하며, 지원자에게서 같은 정보를 얻어 일관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한국 기업에 적용되는 규정이 아니라 과제와 채점 기준을 설계할 때 참고할 원칙이다.

가상의 고객 응대 직무라면 모든 지원자에게 같은 문의와 배경 정보를 주고, 추가 정보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과정과 답변의 명료성을 평가할 수 있다. 개발 직무라면 실제 업무와 닮은 작은 오류 수정이나 요구사항 해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직무가 다르면 관찰할 능력도 달라야 한다. 지원자에게 기업의 큰 현안을 무급으로 해결하게 하는 과제는 이 목적에 맞지 않는다.

비교 가능한 평가를 위해서는 과제 설명, 사용 가능한 자료, 수행 시간, 제출 형식과 질문 기회를 같은 조건으로 제공해야 한다. 채점표에는 평가자가 실제로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을 넣는다. ‘똑똑함’ 같은 인상 평가보다 ‘필요한 정보를 확인했는가’, ‘해결 순서를 설명했는가’처럼 답변이나 작업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낫다. 결과물뿐 아니라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도 직무에 필요하다면 따로 볼 수 있다.

난도는 입사 직후 맡길 업무에 맞춘다. 초급 직무 지원자에게 숙련자가 오랜 기간 익히는 사내 지식을 요구하면 교육 가능 역량까지 탈락 사유가 된다. 평가 전에 현업 담당자가 기대하는 답변의 범위와 허용 가능한 여러 해결 방법을 정해 두면 한 가지 방식만 정답으로 취급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과제 시간이 길수록 지원자에게 드는 부담도 커지므로 관찰할 능력에 필요한 만큼으로 범위를 좁히는 편이 합리적이다.

구조화 면접은 과제에서 보이지 않은 판단을 묻는다

과제만으로 협업, 우선순위 조정,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소통을 모두 관찰하기는 어렵다. 면접에서는 직무 분석에서 고른 역량마다 핵심 질문을 준비하고 모든 지원자에게 같은 순서로 묻는다. 답변에 따른 확인 질문은 할 수 있지만 평가하려는 역량과 기록 방식은 같아야 한다. 그래야 면접관과의 친숙함이나 즉흥적인 인상이 직무 수행의 증거를 밀어내지 않는다.

질문별 평가표에는 충분한 답변과 부족한 답변을 구별할 행동 기준을 미리 적는다. 예상하지 못한 고객 요청을 받았을 때 무엇을 확인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지 묻는다면, 단순한 자신감보다 확인 절차와 판단의 근거를 채점할 수 있다. 면접관은 먼저 각자 답변에 근거해 점수를 매기고, 차이가 큰 항목에서 무엇을 관찰했는지 대조할 수 있다.

서류, 과제, 면접의 역할도 정해 두어야 한다. 서류에서 필수 자격과 관련 경험을 확인했다면 과제에서는 작업 결과를, 면접에서는 그 결과에 이른 판단과 협업 방식을 살피는 식이다. 학교 이름이나 이전 회사의 인지도를 점수표 바깥에서 다시 반영하면 학위 요건을 지운 취지가 약해진다. 최종 결정에 사용한 항목과 근거를 남겨야 같은 기준이 실제로 적용됐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지원자에게 평가 항목과 과제의 예상 소요 시간을 사전에 알리면 준비 조건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지원자 역시 요구받는 능력이 자신이 지원한 업무와 관련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과제 점수와 면접 점수를 합칠 때는 반드시 충족해야 할 항목과 다른 강점으로 보완할 수 있는 항목을 구분해야 한다. 필수 자격이나 업무상 중요한 안전 판단을 다른 점수로 상쇄하는 식의 결정은 피해야 한다.

입사 뒤 성과와 유지율로 선발 기준을 검증한다

선발 절차가 실제로 달라졌는지는 공고 수보다 지원부터 입사까지의 흐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위 보유 여부에 따라 지원, 과제 참여, 면접, 채용 제안, 입사 단계의 비율을 직무별로 살펴보면 격차가 어느 단계에서 커지는지 보인다. 단계마다 분모를 분명히 하고, 지원자의 자발적인 중도 포기와 기업의 탈락 결정을 한 숫자로 섞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과제가 지나치게 부담스러운지, 평가 기준에서 차이가 생기는지도 따로 검토할 수 있다.

입사 후에는 채용 때 평가한 역량이 실제 업무에서 나타나는지 살핀다. 신입 직원에게 맡길 첫 업무와 필요한 교육,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정해 두면 교육 가능 역량을 전제로 채용한 결정이 현장에서 이어질 수 있다. 과제 점수는 높았는데 실제 수행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과제 내용이나 채점 기준을 다시 검토할 이유가 된다. 반대로 입사 후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면 선발 기준만의 문제로 돌리기 어렵다.

유지율도 살펴볼 지표지만 단독으로 채용의 성패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직에는 임금, 관리자, 업무 강도와 배치 부서가 함께 영향을 준다. 비학위자와 학위자의 재직 여부를 비교할 때는 같은 직무와 비슷한 입사 시기를 기준으로 교육 참여, 업무 수행 평가, 이탈 이유를 함께 살펴야 한다. 집단별 인원이 적다면 작은 차이를 확정적인 성과로 해석하지 않는 편이 타당하다.

이 과정에서 구직자에게도 확인할 기준이 생긴다. 공고의 업무 설명과 과제의 내용이 연결되는지, 면접에서 무엇을 평가하는지, 입사 뒤 배울 수 있다고 한 역량에 실제 교육이 제공되는지를 볼 수 있다. 기업은 어느 단계에서 학위가 다시 대리 지표로 쓰이는지 찾고, 구직자는 자신의 경험과 수행 능력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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