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더 귀해진 현장 기술…자격증은 직장 사이를 따라가야 한다

|작성자: QUASA 편집팀|5 분 소요| 2
AI 시대에 더 귀해진 현장 기술…자격증은 직장 사이를 따라가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6년 9월 24일 공개한 메이커 기술 보고서에서 현장형 직무가 세계 고용의 45.6%를 차지하는 반면 조사 대상 학생 가운데 해당 직무를 희망하는 비율은 8.5%라고 집계했다. 보고서는 AI·청정에너지·첨단제조·인프라 갱신으로 설비와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정비할 사람의 수요가 커지지만, 인력 양성 경로는 변화의 규모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뉴욕 회의를 정리한 세계경제포럼의 발표 내용은 현장훈련과 교실교육을 결합하고 도제 과정을 확대하며 직장을 옮겨도 인정받을 수 있는 자격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에서 진로를 고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설비를 다루는 기술을 배울지, 그 능력을 다음 일터에서 어떻게 증명할지가 함께 중요해진 셈이다.

보고서가 말하는 현장 기술은 무엇인가

보고서의 ‘메이커 기술’은 제품과 기반시설을 구축·설치하고, 장비와 기계를 운전하며, 재료를 가공하는 실무 능력을 가리킨다. 설비의 상태를 눈과 귀로 파악하고 도구와 부품을 정확히 다루는 능력이 그 바탕이다. 생산이 디지털화돼도 기계를 설치하거나 고장을 찾아 수리하는 작업에는 물리적 대상과 숙련된 작업자가 남는다.

수요가 커지는 양상은 미국 채용시장에서도 나타난다. 4 Corner Resources의 보도는 보고서에 인용된 채용공고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전체 공고의 24.1%, 제조업 공고의 67%가 메이커 기술을 언급한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공고를 분석한 비율이며 한국의 채용 규모나 취업 가능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보고서는 현장 직무에서 손의 정밀한 조작과 감각적 판단에 디지털 역량이 더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장비의 운전 정보를 읽는 능력은 도움이 되지만, 화면의 수치를 실제 설비 상태와 연결해 판단하려면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습부터 알아야 한다. 반대로 익숙한 장비만 다뤄 온 작업자에게는 새 제어 방식과 자동화 설비를 배우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인력 부족은 단순히 교육 정원을 늘리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현장 실습에는 장비와 작업 공간, 숙련된 지도자가 필요하고 산업 현장의 기술 변화는 교육과정 개편보다 빠를 수 있다. 보고서가 도제식 훈련과 재직 중 학습을 함께 제시한 이유도 실제 작업에서 익히는 능력을 교육 경로의 중심에 놓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제조·에너지·인프라 직무로 연결된다

보고서의 기술 분류를 한국 제조업에 대입하면 생산설비의 설치, 기계 운전, 부품 교체, 설비 보전 같은 업무가 해당한다. 모두 제조업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필요한 경험은 다르다. 새 설비를 조립하는 일과 가동 중 이상을 찾아 복구하는 일은 다루는 도구, 작업 순서, 판단 기준부터 구별된다.

청정에너지와 기반시설 분야에서는 전기·에너지 설비의 설치 및 운전, 기존 시설의 점검과 유지보수가 가까운 직무다. 예를 들어 설치 작업은 설비를 작동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능력을, 정비 작업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원인을 좁혀 가는 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글로벌 보고서의 기술 범주를 국내 직무에 적용한 해석이지, 특정 한국 직종의 채용 증가 전망은 아니다.

AI 역량도 이 작업들과 떨어져 있지 않다. 자동화 설비가 내놓는 운전 정보를 해석하려면 기계의 정상 범위와 점검 절차를 알아야 하고, 현장에서 발견한 이상을 기록하고 설명하려면 디지털 도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교육과 채용에서는 ‘AI 활용’이나 ‘설비 경력’이라는 넓은 표현보다 어떤 장비에서 어떤 작업을 수행했는지가 더 구체적인 정보가 된다.

제조업 인사 담당자에게도 같은 구분이 유효하다. 지원자의 경력을 신규 설치, 일상 운전, 예방 점검, 고장 진단과 복구로 나누어 보면 직무와 경험이 맞는지 판단하기 쉽다. 교육기관 역시 이 작업 중 무엇을 실습시키고 평가하는지 밝힐수록 수료 기록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학위·단기훈련·도제 과정은 필요한 경험에 따라 고른다

한국에는 기초 이론부터 배우는 학위 과정, 특정 직무의 빈틈을 채우는 직업훈련, 일터에서 배우는 일학습병행이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일학습병행 안내에 따르면 이 제도는 기업의 현장훈련과 사업장 밖 교육을 결합하고, 훈련을 마친 학습근로자의 역량을 국가가 평가해 자격을 부여한다. 재직자뿐 아니라 전문대·대학 재학생을 위한 경로도 마련돼 있다.

  • 학위 과정: 전기·기계·재료의 기초를 체계적으로 익히고 설계나 분석까지 업무 범위를 넓히려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다만 학위명만으로는 다뤄 본 설비나 수행한 작업을 알기 어렵다. 장비 실습과 현장 경험이 교육과정에 어떻게 들어 있는지가 직무와의 연결을 보여준다.
  • 단기 직업훈련: 관련 기초나 현장 경력이 있으면서 새 장비의 운전·정비 방법처럼 특정 능력을 추가하려는 경우에 맞는다. 고용24의 국민내일배움카드 안내는 훈련과정 탐색과 수강 신청 경로를 제공한다. 과정 이름이나 수강 시간보다 실습 대상, 수행할 작업, 종료 뒤의 평가 방식이 목표 직무와 맞는지가 핵심이다.
  • 도제식 훈련: 기업의 실제 장비를 다루며 숙련자의 지도를 받고 별도 교육으로 이론을 보완하는 경로다. 반복 점검이나 고장 대응처럼 현장에서 순서와 판단을 익혀야 하는 작업에 알맞다. 훈련 직무가 채용 직무와 일치하는지에 따라 쌓이는 경험의 내용도 달라진다.
  • 이동 가능한 자격: 이미 익힌 능력을 다른 기업에 제시해야 할 때 의미가 크다. 교육기관의 수료 기록, 국가가 평가해 부여한 자격, 실제 수행한 작업 경험은 각각 보여주는 정보가 다르다. 자격의 발급 주체와 평가 기준이 분명해야 채용 담당자도 그 능력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다.

이 경로들은 순서대로 밟아야 하는 단계가 아니다. 학위 과정 중 일학습병행으로 현장 경험을 쌓을 수도 있고, 재직자가 단기훈련으로 새 제어 방식을 배울 수도 있다. 선택을 가르는 질문은 교육기간의 길이가 아니라 목표 직무에 필요한 작업을 직접 해 볼 수 있는지, 그 결과를 평가받을 수 있는지다.

자격이 이직 뒤에도 의미를 가지려면

세계경제포럼이 강조한 이동 가능한 자격은 한 회사에서 통하던 숙련을 다른 회사에서도 알아볼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사내 교육을 받았다는 기록만으로는 새 사업장의 채용 담당자가 실제 작업 수준을 알기 어렵다. 공통된 평가 기준에 따라 부여된 자격과 구체적인 작업 경험이 함께 제시될 때 경력의 범위가 선명해진다.

가령 같은 설비 정비 경력이라도 지원자가 정기 점검만 했는지, 고장을 진단하고 복구까지 맡았는지는 다르다. 어떤 종류의 장비를 다뤘고 어느 단계까지 책임졌는지가 적혀 있다면 자격이 증명하는 기본 역량과 현장 경험의 깊이를 구분할 수 있다. 자격증이 모든 장비의 실무 경험을 대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교육기관은 훈련에서 실제로 평가한 작업을, 기업은 근로자가 수행한 작업과 책임 범위를 분명히 기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장에서 새 기술을 익힌 사람이 직장을 옮길 때 처음부터 숙련을 다시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번 보고서가 제안한 자격의 이동성은 결국 교육을 마쳤다는 사실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다음 일터에 전달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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