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

청년 고용 감소를 AI 탓만 할 수 없다…그래도 사라지는 숙련 사다리

|작성자: QUASA 편집팀|5 분 소요| 5
청년 고용 감소를 AI 탓만 할 수 없다…그래도 사라지는 숙련 사다리

한국 청년 고용 감소를 생성형 AI의 결과라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청년 인구와 경제활동 참가의 감소가 함께 작용했고,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고용 하락도 ChatGPT 출시 전부터 진행됐다. 그렇다고 AI의 영향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직업 전체가 없어지기 전에 신입이 맡아 배우던 조사·정리·초안 작성 같은 과업이 자동화되면 숙련자로 성장하는 경로부터 좁아질 수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은 인구, 경제활동 참가율, 직무별 AI 노출도, 초급 과업의 변화라는 네 축으로 나눠 읽어야 한다. 신입의 대응도 단순히 ‘AI에 안전한 직업’을 고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문제를 정의하고, 도구의 산출물을 검증하고, 외부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 과정을 남겨 기초 업무가 제공하던 학습 경험을 보완해야 한다.

취업자 감소와 채용 수요 감소는 같은 말이 아니다

청년 취업자 수는 일자리 수요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청년 인구가 줄면 고용률이 그대로여도 취업자 수는 감소한다. 재학·진학이나 구직 중단 등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아져도 기업의 채용 의사와 별개로 취업자 수와 신규 고용보험 취득자는 줄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연구 요약 에 따르면 2023년 이후 AI 노출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직종에서 고용보험 취득자가 감소했고, 신규 취득자 감소에는 청년 인구 감소와 경제활동 참가 축소 같은 노동 공급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같은 자료에서 30세 미만의 2025년 고용지수는 2022년을 100으로 할 때 AI 고노출군 86.6, 저노출군 92.5였지만, 고노출군의 하락은 ChatGPT 출시 전부터 진행돼 생성형 AI만의 영향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 결과를 청년 노동시장 전체로 곧바로 확대해서도 안 된다. 고용보험 행정자료는 가입 일자리의 취득 변화를 보여주므로 자영업자와 고용보험 미가입 일자리를 모두 포괄하는 통계와 범위가 다르다. 특정 직무의 전망을 판단하려면 전국 취업자 수뿐 아니라 해당 산업의 신규 채용, 요구 경력, 신입에게 배정되는 업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86.6 대 92.5는 경고 신호이지 인과관계의 증명은 아니다

30세 미만 고용지수 86.6과 92.5를 비교하면서 ChatGPT 출시 전 추세까지 확인하는 노동시장 분석

AI 고노출군의 청년 고용지수가 저노출군보다 더 낮다는 차이는 가볍게 넘길 신호가 아니다. 그러나 두 집단은 산업 구성, 경기 민감도, 기업 규모와 채용 관행이 서로 다를 수 있다. AI 노출도와 고용 감소가 함께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AI 도입이 그 차이를 만들었다고 결론 내리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바꾸는 오류가 생긴다.

분석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자료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봐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6년 여름호 고용이슈 는 고용보험DB와 직업별 AI 노출도 분석, Claude 실사용 기반 관찰 노출도와 지역별고용조사의 연계 분석, 전국 2,297개 사업체 조사, IT·디자인·사무직 종사자 305명 조사를 각각 수록했다. 고용량의 변화, 기업의 도입 목적, 근로자의 경험을 하나의 지표로 섞지 않고 다른 자료로 살핀 구성이다.

현재 근거로 말할 수 있는 범위는 두 가지다. 청년 고용 둔화를 생성형 AI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AI에 많이 노출되는 직군에서 더 큰 감소가 관찰됐다는 점은 계속 추적할 필요가 있다. AI의 순수한 효과를 가리려면 기존 하락 추세와 산업별 경기, 기업 규모, 직무 구성 같은 다른 조건을 통제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숙련 사다리는 일자리보다 과업에서 먼저 약해진다

초급 조사·정리·초안 업무의 자동화로 신입의 반복 연습 기회가 줄어든 업무 과정

신입의 숙련은 작고 반복적인 과업을 수행하고 교정받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자료를 찾고, 회의 내용을 구조화하고, 첫 초안을 만든 뒤 선배의 수정을 받으면서 중요한 정보와 흔한 오류를 구별하는 법을 배운다. 직무 명칭과 채용 인원이 그대로여도 이 과업들이 자동화되면 연습과 피드백의 밀도는 낮아질 수 있다.

청년 고용과 숙련 형성을 다룬 데일리안 보도 는 2,297개 사업체 조사에서 AI 도입률이 28.6%, 도입 사업체의 생성형 AI 활용 비율이 75.6%였으며, 기업들이 인원 감축보다 반복 업무 경감과 생산성 향상을 주된 활용 목적으로 답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단순 업무 자동화가 주니어의 기초 업무 경험과 ‘숙련 사다리’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했다.

이 둘은 모순이 아니다. 기업이 당장 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초안이나 정리 업무만 자동화해도 신입이 처음 맡는 일의 내용은 달라진다. 선임에게 검수만 집중시키면서 신입 채용과 지도 시간까지 줄이면, 장차 검수와 최종 판단을 맡을 사람을 어디서 키울지가 문제가 된다. 다만 이는 모든 일터에서 이미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업무 배분과 교육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위험이다.

포트폴리오에는 완성품보다 판단의 흔적이 필요하다

문제 정의부터 AI 활용, 오류 검증, 외부 피드백과 수정 근거까지 남긴 신입 포트폴리오

초급 과업이 줄어드는 환경에서는 매끈한 최종 결과물만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구분하기 어렵다. 무엇이 지원자의 판단이고 무엇이 도구의 출력인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입은 AI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보다, 도구를 어디에 썼고 어떤 부분을 의심했으며 무엇으로 확인했는지를 재현 가능한 기록으로 보여줄 수 있다.

  • 문제 정의: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했으며 성공 기준과 제약 조건을 어떻게 정했는지 적는다.
  • 작업 분해: 직접 수행한 조사·분석과 AI에 맡긴 분류·요약·초안 작성을 구분한다.
  • 검증 기록: 원자료 대조, 계산 재현, 예외와 반례 확인 과정에서 발견한 오류를 남긴다.
  • 수정 근거: 외부 피드백 전후의 차이와 내용을 고치거나 유지한 이유를 설명한다.

가령 사무직 지원자가 시장 동향 보고서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AI가 작성한 요약문 자체보다 원자료를 고른 기준, 근거 없는 인과관계를 찾아낸 과정, 누락된 반례를 보완한 기록이 판단력을 더 분명히 드러낸다. 디자인 직무에서는 요구사항 해석과 대안 비교,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이유를 남길 수 있다. IT 직무라면 생성된 코드의 테스트 조건과 실패 사례, 보안·성능상 선택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긴 작업 일지를 붙이는 일이 아니다. 채용 담당자가 핵심 선택을 짧은 시간 안에 따라갈 수 있도록 문제, 근거, 오류, 수정 결과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기록은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산출물에 책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

피드백 경로가 있어야 포트폴리오가 경험이 된다

혼자 완성한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기준 안에서만 닫히기 쉽다. 학교 프로젝트, 인턴십, 직무 커뮤니티, 공개 리뷰처럼 타인의 기준으로 결과를 검토받을 환경을 확보하고 피드백 전후의 수정 내역을 남길 필요가 있다. 한 번의 큰 프로젝트보다 범위가 작은 작업을 여러 차례 제출하고 교정받는 과정이 반복 학습에 더 가깝다.

지원할 회사를 살필 때도 AI 사용 여부만 물어서는 성장 환경을 판단하기 어렵다. 신입이 맡는 업무 범위, 결과를 검토하는 사람, 리뷰 주기, 오류를 찾는 테스트나 체크리스트, 더 어려운 과업으로 이동하는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AI를 많이 쓰는 회사와 신입이 성장하기 어려운 회사는 동의어가 아니다. 자동화로 아낀 시간을 설명·검증·고객 접점과 멘토링에 다시 배분한다면 학습 기회는 다른 형태로 유지될 수 있다.

청년 고용 통계는 AI의 영향을 추적할 경고등이지 단독 판결문이 아니다. 개인에게 필요한 대응은 유행하는 도구를 무작정 익히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관찰 가능한 기록으로 만들고 반복적인 피드백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 역시 자동화의 성과를 처리 시간 단축으로만 계산하지 말고 신입이 검증과 판단을 배우는 과업을 어떻게 남길지 함께 설계해야 숙련의 입구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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