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2일 재택은 성과를 해치지 않았다…퇴사율은 3분의 1 감소

중국 여행 기술기업 Trip.com의 대졸 직원 1,612명을 무작위 배정한 결과, 수요일과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었던 집단은 주 5일 출근 집단보다 성과평가와 승진에서 불리하지 않았다. 퇴사율은 7.2%에서 4.8%로 2.4%포인트, 상대적으로 3분의 1 감소했다. 이 결과는 Nature 원논문 에 공개된 6개월 무작위 대조 실험과 이후 최대 2년의 인사 기록에서 확인됐다.
답의 범위는 분명하다. 이 연구는 전면 원격근무가 아니라 사무실에서 사흘을 함께 일하고 집에서 이틀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검증했다. 한국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퇴사율 33% 감소를 그대로 기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전면 출근과 하이브리드 근무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6개월 파일럿을 설계할 근거가 생겼다는 것이다.
무작위 배정이 보여준 인과효과

일반적인 만족도 조사에서는 제도의 효과와 참여자의 특성이 섞인다. 재택근무를 자원한 직원은 통근 시간이 길거나 이직 의향이 높을 수 있고, 원래 성과 수준도 다를 수 있다. 시행 전후의 평균만 비교하면 이런 차이를 근무 장소의 효과로 오인하기 쉽다.
Trip.com은 생일 날짜의 홀짝을 이용해 직원을 배정했다. 홀수 날짜 출생자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었고, 짝수 날짜 출생자는 주 5일 출근했다. 초기 연구 설계를 공개한 NBER 작업논문 은 대상이 엔지니어링·마케팅·재무 직군의 대졸 직원 1,612명이었다고 설명한다.
효과는 실제 재택 횟수가 아니라 처음 배정된 집단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제도를 제공받고도 사무실에 나온 사람을 출근 집단으로 옮기면 개인의 선택 성향이 다시 개입해 무작위 배정의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파일럿도 배정 결과와 실제 이용 정도를 따로 기록해야 한다.
성과가 향상된 것이 아니라 저하되지 않았다
연구의 핵심은 생산성이 올랐다는 주장이 아니다. 정기 성과평가에는 실행뿐 아니라 혁신, 리더십, 직원 육성과 같은 항목이 포함됐으며, 하이브리드 집단과 전면 출근 집단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컴퓨터 엔지니어가 작성한 코드의 양에서도 실질적인 차이가 없었다.
승진 기록에서도 실험 시작 뒤 최대 2년 동안 집단 간 차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Stanford의 연구 설명 에 따르면 연구진은 성과평가와 승진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작성한 코드의 양과 품질도 비교했다. 직원의 자기평가만으로 내린 결론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두 방식이 모든 면에서 완전히 같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연구가 직접 측정하지 않은 장기 혁신, 신입 육성, 비공식 지식 이전에는 다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기업 내부 평가에서도 접속 시간이나 회의 횟수보다 결과물의 품질, 납기, 오류와 재작업처럼 직무 성과에 가까운 지표를 우선해야 한다.
퇴사율 감소는 평균보다 분포가 중요하다

6개월 동안 하이브리드 집단의 퇴사율은 4.8%, 전면 출근 집단은 7.2%였다. 만족도도 하이브리드 집단에서 높았고, 직원들은 통근 시간과 비용 절감, 개인 용무를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퇴사 감소는 비관리자와 여성에게 통계적으로 뚜렷했다. 통근 시간이 중앙값보다 긴 직원에게서도 감소 폭이 컸지만, 해당 비교의 통계적 불확실성은 더 컸다. 관리자 집단에서는 유의미한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다. 전체 평균을 모든 직급과 직군의 예상치로 사용하는 것은 연구 결과보다 강한 주장이다.
승진 불이익이 없었다는 결과도 제도 운영과 분리해 볼 수 없다. 특정 요일을 조직 차원의 선택지로 제공하고 두 집단에 같은 평가 절차를 적용한 실험이었다. 개인이 예외적으로 재택근무를 신청하는 조직에서는 경력 의지가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되거나, 평가자가 자주 마주치는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근접성 편향이 생길 수 있다.
중국 기술기업 표본의 경계
실험 대상은 Trip.com 상하이 사무소의 항공권·IT 부문에서 일하는 대졸 직원이었다. 엔지니어링, 마케팅, 회계와 재무처럼 팀 단위 협업이 필요한 사무직이 중심이었다. 인턴과 수습 직원은 현장 학습과 멘토링의 필요성을 고려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제조 현장, 의료·돌봄, 매장 서비스처럼 물리적 حضور가 업무 수행의 전제인 직무에는 같은 비교를 적용하기 어렵다. 사무실 출근이 주 1일 이하인 전면 원격 또는 원격 중심 조직, 직원마다 출근일이 달라지는 방식, 매주 일정이 바뀌는 방식도 이번 실험과 동일한 조건이 아니다.
한국 조직에서는 근로시간 관리, 정보보안, 관리자 권한과 직무별 현장 의존도가 다를 수 있다. 해외 연구의 상대 감소율을 사업계획의 예상치로 옮기기보다 자사 대조 집단에서 다시 추정해야 한다. 부서별 적용 조건이 다르면 고객 수요, 성수기와 기존 인력 구성도 함께 기록해야 근무 장소와 다른 요인의 효과를 구분할 수 있다.
6개월 파일럿에서 측정할 네 가지 결과

파일럿의 질문은 ‘직원이 재택근무를 좋아하는가’보다 좁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 2일 재택 선택권이 핵심 성과를 허용 범위 안에서 유지하면서 자발적 퇴사를 낮추는가’로 정할 수 있다. 원격 수행이 가능한 직무를 대상으로 삼고, 현장 교육이 필요한 신규 입사자와 수습 직원의 포함 여부는 시작 전에 결정한다.
- 기준선을 고정한다. 시행 전 같은 길이의 기간에 성과, 자발적 퇴사, 승진과 만족도를 측정하고 계절적 업무량을 기록한다. 실험 도중 평가 기준이나 목표량을 바꾸지 않는다.
- 비교 집단을 만든다. 노무·보안 요건과 참여 절차를 충족한 범위에서 무작위 배정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다. 개인 간 협업으로 조건이 섞일 가능성이 크면 유사한 팀을 단위로 배정하고 기존 성과와 팀 규모의 균형을 확인한다.
- 근무 조건을 명시한다. 하이브리드 집단의 재택일과 공동 출근일, 비교 집단의 출근 조건, 적용 기간을 고정한다. 휴가, 출장과 예외 출근도 양쪽에서 같은 규칙으로 기록한다.
- 판정 기준을 미리 정한다. 성과가 어느 범위까지 변해야 실무상 저하로 볼 것인지 정한다. 만족도나 퇴사율 개선만으로 허용 범위를 넘은 성과 하락을 상쇄하지 않도록 지표별 판단 원칙을 분리한다.
성과 지표는 직무별 결과물을 반영해야 한다. 개발 조직은 배포 완료율과 장애·재작업, 검토 통과 시간을 함께 볼 수 있다. 영업 조직은 매출과 전환율, 영업 주기, 고객 이탈을 보고, 지원 조직은 처리량과 응답 시간, 오류, 내부 고객 평가를 함께 측정할 수 있다. 온라인 상태와 회의 시간은 활동량이므로 보조 지표로만 사용한다.
퇴사는 전체 퇴직과 자발적 퇴사를 구분하고 분모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승진은 승진 자격을 갖춘 직원 가운데 추천·신청·실제 승진 비율을 집단별로 비교해야 한다. 만족도는 매월 같은 문항과 척도로 익명 측정하고 응답률도 함께 확인한다.
평균 하나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6개월 뒤에는 평균 성과뿐 아니라 추정치의 불확실성과 사전에 정한 허용 범위를 함께 본다. 성과가 유지되고 자발적 퇴사와 만족도가 개선되며 승진 격차가 커지지 않았다면 확대 근거가 된다. 평균 성과는 같아도 신입 교육이 지연되거나 특정 직군의 재작업이 늘었다면 그 직군의 출근일, 멘토링 방식 또는 적용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
비용도 퇴사 감소에 따른 채용비 절감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채용과 온보딩, 공석 기간, 재택 장비와 보안, 사무실 운영비를 같은 기간에 집계해야 한다. 직급·성별·통근거리별 결과를 볼 때는 개인정보를 보호할 최소 집단 크기를 정하고, 사전에 계획하지 않은 하위 분석은 확정적 결론이 아니라 탐색 결과로 구분한다.
이 실험이 제공하는 근거는 강하지만 범위는 제한적이다. 중국 기술기업의 대졸 사무직에게 주 2일 재택 선택권을 제공했을 때 측정된 성과와 승진은 악화되지 않았고 퇴사는 줄었다. 한국 기업에는 이 수치를 약속하는 일보다 동일한 네 가지 결과와 명확한 비교 조건으로 자사 조직에서 재현되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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