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와 압축근무는 다르다…성과를 가르는 건 근로시간 감축

|작성자: QUASA 편집팀|5 분 소요
주 4일제와 압축근무는 다르다…성과를 가르는 건 근로시간 감축

주 4일제와 압축근무의 차이는 출근일 수보다 주간 근로시간이 실제로 줄어드는지에 있다. 시간 감축형 주 4일제는 급여를 유지하면서 일하는 시간을 줄인다. 압축근무는 주간 근로시간을 유지한 채 나흘에 배분해 하루 근무를 길게 만든다.

기존에 주 40시간 일하던 조직을 가정하면, 시간을 20% 줄이는 방식은 주 32시간을 나흘에 배분할 수 있다. 같은 40시간을 나흘에 몰아넣으면 하루 10시간 근무가 된다. 두 방식 모두 휴무일이 늘어나지만 직원의 회복 시간, 서비스 인력 배치, 성과를 판단할 기준은 같지 않다.

같은 나흘, 다른 근무시간

근무표에서 쉬는 날 하나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시간 감축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계약상 시간과 실제 근무기록을 함께 봐야 한다. 다른 날의 근무가 길어지거나 휴무일에 반복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면, 직원이 확보한 휴식 시간은 근무표가 보여주는 것보다 적다.

  • 시간 감축형: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한 설명용 예시에서는 하루 8시간씩 나흘, 주 32시간 일한다. 급여를 유지하면서 줄어든 시간에 맞게 업무를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 압축형: 같은 예시에서 하루 10시간씩 나흘, 주 40시간 일한다. 주간 총량은 유지되고 근무일마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 서비스 운영: 개인의 근무일이 줄어도 조직 전체의 영업일을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 응대가 계속 필요한 곳은 직원별 휴무일을 엇갈리게 배치할 수 있다.

시간 감축형에서는 회의, 승인, 인수인계에 쓰는 시간을 줄인 결과가 실제 근로시간 감소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압축형에서는 같은 업무를 긴 근무일에 처리할 때 응대 품질과 피로가 어떻게 변하는지가 별도의 질문이다. 따라서 두 제도의 성과를 비교하려면 출근일 수와 함께 실제 근로시간, 연장근로, 휴무일의 업무 처리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

영국 시범사업이 보여준 성과의 범위

영국의 대규모 실험에서 나온 긍정적 수치는 기존 시간을 나흘에 몰아넣은 결과가 아니다. AP의 영국 시범사업 보도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61개 조직이 급여를 유지하며 근로시간을 줄이는 실험에 참여했고 전년 같은 기간보다 직원 이직 관련 지표는 57%, 병가 관련 지표는 65% 감소했다. 충분한 자료를 낸 23개 기업의 매출은 기업 규모를 반영한 평균으로 실험 기간에 1.4% 늘었다.

매출 증가율은 자료를 제출한 기업에 한정된다. 이직과 병가의 변화도 모든 참여 조직에서 똑같이 나타났다는 뜻은 아니다. 참여 조직은 근무시간과 함께 업무 방식도 조정했으므로, 관찰된 변화를 시간 감축 하나의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이 결과로 하루 근무만 길어진 압축형의 생산성이나 직원 건강 효과를 추정해서는 안 된다.

매출 역시 생산량의 단일한 대리 지표가 되기 어렵다. 가격이나 수요가 변하면 같은 양의 일을 처리해도 매출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처리 건수가 유지돼도 오류, 재작업, 고객 대기시간이 늘었다면 서비스 수준까지 유지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도입을 검토하는 조직에는 매출과 함께 실제 산출량과 품질을 측정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산량과 서비스 수준은 따로 봐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에서는 직원이 일을 마친 속도와 이용자가 경험한 결과가 다를 수 있다. 민원 접수 건수가 유지돼도 처리 대기열이 길어질 수 있고, 주문 처리량이 늘어도 취소나 재처리 요청이 증가할 수 있다. 시범 운영의 목표가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성과를 지키는 것이라면, 시작 전에 해당 직무의 산출물과 서비스 품질을 각각 정의해야 한다.

케임브리지 베넷 연구진의 사우스케임브리지셔 지방정부 주 4일제 평가에서는 사무직 직원 약 450명이 참여한 2023년 1∼3월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으며, 16개 서비스 중 9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나머지 서비스는 비슷한 수준이거나 소폭 낮아졌고, 우려할 수준으로 악화된 서비스는 없었다. 주민에게 제공한 서비스까지 측정했다는 점은 직원 만족도만으로 제도를 평가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을 보여준다.

다만 이 지방정부의 초기 시험은 사무직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정해진 시간에 현장 인력이 있어야 하는 직무에는 같은 방식의 업무 재설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운영일을 유지하면서 개인의 시간을 줄이려면 교대 배치와 인수인계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직원에게 업무가 넘어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시범 운영 전에 정할 지표

평가 기준을 결과가 나온 뒤에 정하면 좋아 보이는 수치만 골라 해석하기 쉽다. 시작 전에 비교 기간, 집계 대상, 담당자, 허용하기 어려운 서비스 저하 수준을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업무량이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면 직전 기간뿐 아니라 수요가 비슷했던 기간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 다음 항목은 업종에 맞게 구체화할 평가 지표의 예시다.

  • 생산량: 완료한 업무의 수를 집계하되 업무 난도와 재작업 건수를 구분한다. 접수량이나 인원이 바뀌었다면 직원당 처리량과 접수 건당 처리시간도 함께 본다.
  • 서비스 수준: 요청에 답하기까지 걸린 시간, 약속한 기한 안에 끝낸 비율, 미처리 업무의 누적량을 기록한다. 휴무가 특정 요일에 몰린다면 그날의 대기시간을 따로 확인한다.
  • 결근: 병가와 다른 결근을 같은 정의로 시범 전후에 집계한다. 인원이 변했다면 근로자당 발생 수준으로 비교하고, 휴무일에 보충한 근무시간은 별도로 기록한다.
  • 이직: 실제 퇴사와 퇴사 의향을 구분한다. 짧은 시범 기간의 직원 설문은 참고할 수 있지만, 설문 응답을 실제 이직 감소로 바꿔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 지표들은 함께 해석해야 한다. 처리량을 유지했는데 고객 대기시간이 길어졌다면 부담이 이용자나 다른 팀으로 옮겨갔을 수 있다. 결근이 줄었어도 장시간 근무 뒤 피로가 쌓인다면 압축형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시간 감축형에서 산출량과 품질을 유지했다면, 실제 근무시간도 줄었는지 확인해야 성과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한국 조직의 시간표에 남는 조건

한국에서 주 40시간을 나흘에 배치하는 예시는 단순한 출근표 변경으로 취급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휴게시간을 제외한 하루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한다. 하루 10시간 근무를 설계한다면 적용할 근로시간 제도와 연장근로, 휴게, 임금 계산을 실제 운영 방식에 맞춰 검토해야 한다.

시간 감축형은 인력 배치의 조건도 따져야 한다. 고객 응대나 현장 서비스가 계속돼야 하는 부서는 휴무일을 나눌 수 있지만, 그만큼 인수인계 시간과 대체 근무 부담이 생긴다. 반면 업무 순서와 처리 방식을 바꿀 여지가 큰 직무에서는 불필요한 시간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실험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시범 기간의 근무기록과 서비스 지표를 함께 남겨야 업무 개선으로 시간을 확보했는지, 보이지 않는 추가 노동으로 빈자리를 메웠는지 구별할 수 있다.

함께 읽기:

공유:

뉴스레터 구독

최신 Web3, AI, 암호화폐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