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냐 전환사채냐…만기와 이자가 다음 투자 라운드를 가른다

|작성자: QUASA 편집팀|5 분 소요| 1
SAFE냐 전환사채냐…만기와 이자가 다음 투자 라운드를 가른다

후속 투자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만기 상환에 쓸 현금이 부족하다면, 통상 SAFE가 현금흐름 측면에서 유리하다. Y Combinator의 SAFE 설명에 따르면 이 계약에는 이자와 상환 만기가 없고, 가격이 정해지는 후속 투자 라운드가 열리면 자동으로 주식으로 전환된다. 전환사채는 전환 전까지 채무이며, 약정에 따라 이자가 붙고 만기에 원리금을 상환하거나 전환해야 할 수 있다.

다만 SAFE를 고른다고 창업자 지분이 더 많이 남는 것은 아니다. 가치평가 상한과 할인율이 낮은 전환가격을 만들면 초기 투자자가 받는 주식이 늘어난다. 전환사채도 미지급 이자를 주식으로 바꾸기로 하면 원금만 전환할 때보다 더 많은 주식이 발행된다. 결국 후속 투자가 늦어졌을 때의 현금 의무와 라운드가 성사됐을 때의 완전희석 지분을 같은 조건에서 살펴야 한다.

만기 전에는 무엇이 회사의 의무인가

SAFE 투자자는 돈을 넣는 즉시 주주가 되는 대신, 계약에서 정한 사건이 일어나면 주식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표준적인 SAFE에는 정기 이자 지급일과 원금 상환 만기일이 없다. 후속 라운드가 지연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상환일이 도래하지 않으므로, 회사가 특정 만기일에 맞춰 투자금 규모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압박은 작다. 다만 회사 매각이나 청산처럼 별도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투자금 반환 또는 분배를 정한 조항은 만기 상환과 구분해야 한다.

전환사채는 회사가 발행한 사채이므로 주식으로 바뀌거나 상환되기 전까지 채무가 남는다. 표면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지, 만기까지 누적하는지, 전환할 때 미지급 이자를 주식으로 바꾸는지는 발행 조건에 달려 있다. 표면이자가 없어도 만기 상환금액이 원금과 같은지는 별도로 봐야 한다. 만기보장수익률이나 조기상환청구권이 붙을 수도 있어, 표면이자율 하나만으로 현금 유출 시점과 금액을 판단할 수 없다.

상한과 할인율은 발행 주식 수를 바꾼다

가치평가 상한은 초기 투자자의 전환가격을 계산할 때 적용할 기업가치의 상한이다. 후속 투자에서 더 높은 기업가치가 정해지면 상한에 따른 더 낮은 주당 가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할인율은 후속 투자자가 내는 주당 가격에서 약정 비율만큼 깎는 조건이다. ZUZU의 국내 SAFE 안내는 두 조건을 모두 둔 계약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낮은 주당 가격이 적용되는 사례와, 후속 투자의 규모·기업가치가 전환 요건이 되는 사례를 설명한다.

전환가격이 낮을수록 같은 투자금으로 발행되는 주식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낮춘다. 가령 후속 투자자의 주당 가격이 2만원이고 할인율이 20%라면 할인 가격은 1만6000원이다. 가치평가 상한에 따른 가격이 1만원이고 계약이 두 가격 중 낮은 쪽을 택한다면 초기 투자자는 1만원을 기준으로 주식을 받는다. 따라서 계약 당시 지분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과 미래 희석이 작다는 말은 다르다.

상한이 투자 전 가치인지 투자 후 가치인지도 구분해야 한다. 투자 후 가치평가 상한을 쓰는 SAFE에서는 투자금을 상한으로 나눈 값으로 후속 라운드 직전의 지분율을 가늠할 수 있다. 투자 전 가치평가 상한에 똑같은 나눗셈을 적용하면 전환 뒤 발행 주식이 분모에 추가되는 효과를 놓친다. 두 계약서에 같은 상한 금액이 적혀 있어도 기준 시점과 주식 수의 정의가 다르면 창업자가 내주는 지분은 달라진다.

같은 투자금으로 계산한 완전희석 지분

다음은 두 구조의 효과를 분리한 가상 계산이다. 창업자와 기존 주주가 합계 100만주를 보유하고, 초기 투자금은 SAFE와 전환사채 모두 10억원이라고 가정한다. 두 계약에는 같은 투자 전 가치평가 상한 100억원을 넣고 할인율은 두지 않는다. 후속 라운드에서 신규 투자자는 주당 2만원에 20억원을 넣으며, 기존 스톡옵션과 다른 전환증권은 없다고 가정한다. 상한 기준 전환가격은 100억원을 기존 100만주로 나눈 1만원이고, 신규 투자자에게 발행할 주식은 10만주다.

SAFE 투자금 10억원을 1만원에 전환하면 초기 투자자에게 10만주가 발행된다. 신규 투자자의 10만주까지 더하면 전체 주식은 120만주다. 창업자와 기존 주주의 완전희석 지분은 100만주를 120만주로 나눈 83.33%, SAFE 투자자 지분은 8.33%, 신규 투자자 지분도 8.33%다. SAFE에는 이자를 붙이지 않았으므로 전환 대상 금액은 처음 받은 10억원 그대로다.

전환사채에는 연 5% 단리 이자가 1년간 누적되고 원금과 이자 모두 후속 투자 때 전환한다고 가정한다. 전환금액은 원금 10억원과 이자 5000만원을 합친 10억5000만원이다. 이를 주당 1만원에 전환하면 10만5000주가 발행되고, 신규 투자자의 10만주를 더한 전체 주식은 120만5000주가 된다. 창업자와 기존 주주 지분은 약 82.99%, 전환사채 투자자 지분은 약 8.71%, 신규 투자자 지분은 약 8.30%다. 미지급 이자를 주식으로 바꾼 결과 창업자 측 지분은 SAFE 사례보다 약 0.35%포인트 낮다.

이 수치는 두 계약의 확정된 예상 지분율이 아니라 입력 조건을 고정한 결과다. 실제로는 후속 라운드의 주당 가격을 산정할 때 어느 주식과 전환증권을 완전희석 주식 수에 넣는지, 스톡옵션 풀을 언제 늘리는지에 따라 분모와 가격이 달라진다. 여기서는 신규 투자자의 주당 가격과 상한 계산에 쓰는 기존 주식 수를 두 경우에 같게 고정해 이자만의 효과를 드러냈다. 특히 투자 후 가치평가 상한을 적용하는 표준 SAFE에 이 투자 전 상한 계산을 그대로 옮겨서는 안 된다.

후속 투자가 만기 뒤로 밀리면

같은 가상 조건에서 1년이 지나도록 전환 요건에 맞는 후속 투자가 없으면 지분율보다 현금 의무가 먼저 달라진다. SAFE에는 그 시점에 도래하는 상환 만기가 없다. 반면 전환사채에 만기 원리금 상환 조항이 있고 전환이나 연장 합의도 없다면, 회사는 10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앞의 후속 투자 시나리오에서는 주식으로 바뀌던 이자 5000만원이, 여기서는 회사가 마련해야 할 현금에 포함된다.

만기 도래가 언제나 현금 지급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발행 조건에 만기 전환 방식이 정해져 있거나 투자자와 회사가 기한 연장에 합의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반대로 조기상환청구권이 있으면 만기보다 앞서 현금 지급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후속 라운드 일정이 불확실한 회사는 만기일의 원리금뿐 아니라 전환권 행사 주체, 조기상환 가능 시점과 연장에 필요한 동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국 계약에서 확인할 경계

국내 전환사채는 상한과 이자율만 합의하면 발행 절차가 끝나는 상품이 아니다. 상법 제513조는 전환사채 총액, 전환 조건, 발행할 주식의 내용, 전환 청구 기간 등을 정하도록 한다. 정관의 정함과 인수 대상에 따라 필요한 회사 결의도 달라진다. 경제적 조건이 같더라도 전환이 가능한 시점과 발행 절차가 어긋나면 앞서 계산한 주식 수를 그대로 실행하기 어렵다.

국내 SAFE 역시 미국의 표준 서식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후속 투자의 요건, 상한의 투자 전·후 기준, 할인율, 실제 신주 발행 절차가 계약과 국내 제도에 맞아야 한다. 창업자에게 만기 현금을 마련할 여력이 적고 후속 투자 일정이 불확실하다면 SAFE의 만기 없는 구조가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투자자가 채권자로서의 권리와 만기·이자 조건을 요구한다면 전환사채의 상환 부담과 완전희석 지분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 한국 회사에 적용할 계약 문구와 발행 절차는 국내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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