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CPS냐 CPS냐…상환권 하나가 IPO 전 부채비율을 바꾼다

RCPS(상환전환우선주)와 CPS(전환우선주)를 가르는 권리는 투자자의 상환청구권이다. 두 종류 모두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권을 갖지만, RCPS 투자자는 계약상 정해진 조건에서 회사에 현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표준계약서 개정 설명에서 RCPS 중심 관행을 CPS 중심으로 바꿔 회계상 부담을 덜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상환권은 회수 선택지를 늘리는 동시에 발행회사에 현금 지급 의무를 만들 수 있다. 그 의무가 K-IFRS에서 금융부채로 분류되면 부채가 늘고 자본이 줄어, 같은 사업 실적이라도 IPO 준비 재무제표의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다만 CPS라는 이름만으로 자본 분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전환가격 조정과 주식 결제 방식까지 함께 봐야 두 방식의 실제 회계 차이가 드러난다.
상환권은 투자자에게 무엇을 더 주나
RCPS의 ‘상환’은 투자자가 정해진 행사 기간에 약정된 산식에 따라 투자금 반환을 청구하는 권리다. ‘전환’은 주식을 보통주로 바꾸는 권리이므로, 투자자는 회사의 성장에 참여할지 현금 회수를 요구할지 서로 다른 경로를 가진다. CPS에는 상환청구 경로가 없지만 전환권은 남는다. 배당 우선권과 잔여재산 분배 순위는 어느 쪽이든 발행 조건과 정관에 어떻게 적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같은 금액을 투자받아도 두 계약의 경제적 성격은 같지 않다. RCPS 투자자는 약정된 상환 시점과 가격을 협상할 수 있고, 창업자는 미래의 현금 유출 가능성을 감수한다. CPS 투자자는 상환권 대신 전환비율, 우선배당, 청산 시 분배 순위 또는 주요 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더 중시할 수 있다. 어느 권리가 다른 권리를 대신할 만큼 가치 있는지는 회사의 성장 전망과 다른 주주의 권리 구성에 달려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상환청구권의 존재와 실제 회수 가능성을 구분해야 한다. 회사에 이익이 거의 없다면 상환 조건이 도래해도 지급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창업자 관점에서는 당장 상환이 어려운 상태라도 계약상 약속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행사 개시 시점, 상환가액 산식, 배당이나 전환과 상환 사이의 선택 관계를 따로 정해야 권리의 범위가 분명해진다.
상환 재원 제한과 플립에서 달라지는 권리
국내 상환주식에는 회사의 이익을 상환 재원으로 써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창의회계법인의 상환권·플립 해설은 한국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범위와 해외 모회사 설립 때 권리 재설계 문제를 함께 짚는다. 이익잉여금이 충분하지 않은 성장기 회사에서는 투자자가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시점과 회사가 적법하게 지급할 수 있는 시점이 어긋날 수 있다. 계약상 현금 회수권을 투자금의 확정적인 반환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배당가능이익은 단순히 은행 계좌의 현금 잔액을 뜻하지 않는다. 회계상 이익과 법정 준비금 등을 고려해 계산되는 분배 한도이므로, 회사에 현금이 있어도 그 한도를 넘는 상환을 곧바로 할 수는 없다. 반대로 배당가능이익이 있다고 해서 지급에 쓸 현금이 자동으로 마련되는 것도 아니다. RCPS의 회수 가치를 평가할 때는 행사 조건, 법률상 분배 한도, 실제 유동성을 별개의 질문으로 다뤄야 한다.
한국 법인 위에 해외 모회사를 세우는 플립에서는 주식의 발행 주체와 적용 법률이 바뀐다. 기존 RCPS의 상환가격이나 행사 시기를 새 모회사의 우선주에 반영하려면 그 회사의 설립 문서와 현지의 상환 규칙에 맞춰 권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CPS도 전환비율과 우선권을 옮기는 협상이 필요하지만 상환 조건을 이전하는 문제는 없다. 주주간계약에 따른 조직 변경 동의와 각 주주의 주식 교환 동의도 각각의 권리로 구분된다.
회계상 차이는 주식 명칭이 아닌 결제 조건에서 나온다
IFRS 재단의 IAS 32 설명은 금융부채와 자본을 나눌 때 발행회사가 현금이나 다른 금융자산을 인도할 의무가 있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둔다. 자기주식으로 결제하더라도 발행할 주식 수가 고정인지 변동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RCPS의 투자자 상환청구권은 현금 지급 의무를 검토하게 만드는 직접적인 이유다. 전환권의 조건도 별도로 분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모든 RCPS를 같은 회계 항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CPS에는 투자자가 행사하는 상환권에 따른 현금 지급 의무가 없다. 그렇더라도 후속 투자 가격에 맞춰 전환가격을 낮추는 리픽싱 조항이나 변동 수량의 주식으로 결제하는 조건이 붙으면 전환권의 회계 처리를 다시 살펴야 한다. 투자자가 받을 보통주 수가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계약과 고정된 수량을 받는 계약은 같은 ‘CPS’ 표지를 달고 있어도 회계상 결과가 다를 수 있다. 핵심은 상환권 유무를 먼저 확인한 다음 나머지 결제 조건을 읽는 순서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값이므로 분류 변화가 양쪽 항목에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우선주가 자본에서 부채로 옮겨지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분자는 커지고 분모는 작아진다. 이것은 신규 차입이나 영업 손실이 없어도 표시 비율이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실제 증가 폭은 우선주의 평가금액과 기존 자본 규모에 따라 달라지며, 계약을 CPS로 바꾸기만 하면 부채비율이 일정하게 낮아진다는 공식은 없다.
IPO 준비 단계에서 왜 차이가 커지나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에는 적용 회계기준과 우선주 조건이 함께 중요해진다. 금융위원회의 중소기업 회계부담 설명은 상장 예정 회사의 K-IFRS 적용과, 상장 전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자본으로 보였던 리픽싱 조건부 RCPS가 기준 변경 뒤 부채로 분류되는 사례를 제시한다. 이는 회사가 새로 돈을 빌렸다는 이야기와 구분된다. 이미 발행한 증권의 현금 상환 및 전환 조건이 다른 회계기준 아래에서 달리 표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환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장 심사가 자동으로 막히거나 정해진 부채비율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투자계약의 여러 조항이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미리 알지 못하면, 후속 투자자에게 보여 준 자본 규모와 상장 준비 자료의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상환 조건이 계속 유효한지도 중요하다. 상장 시 전환이나 상환권 종료를 정한 조항이 있다면 그 시점과 효력은 계약 문구대로 따져야 한다.
창업자에게는 현금 지급 의무가 재무상태와 차입 여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판단 기준이다. 투자자에게는 상장 과정에서 우선주가 보통주로 바뀔 때 전환비율과 기존 보호 조항이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핵심이다. 양쪽의 관심사는 다르지만 같은 계약 문구에서 출발한다. 특히 리픽싱, 상장 관련 전환 조건, 주주간계약의 동의권을 별개 조항으로 읽으면 각 조항이 회계 분류와 협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리해 볼 수 있다.
개정 표준안과 후속 라운드의 선택 기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2026년 개정 표준계약서 배포 안내에서 투자계약서(SPA)와 주주간계약서(SHA)를 분리하고 CPS·RCPS·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별 서식과 협상 해설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CPS 중심 권고는 계약 협상의 기본 방향이지 RCPS 발행을 금지하는 규칙이 아니다. 기존 RCPS도 개정 표준안 때문에 자동으로 CPS로 바뀌지 않는다. 투자자와 회사가 상환권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조건을 합의할 여지는 남아 있다.
서식을 나눈 효과는 주식의 경제적 권리와 주주 사이의 의사결정 권한을 따로 협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SPA에서는 발행 주식의 종류, 가격, 전환과 상환 조건을 다루고, SHA에서는 동의권과 조직 변경 같은 주주 간 약속을 살핀다. CPS를 선택해도 SHA에 강한 거부권을 넣으면 다음 투자 라운드의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RCPS를 발행하더라도 상환 개시 시점과 요건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위험의 크기는 달라진다.
후속 투자에서는 기존 투자자의 상환청구 가능 시점이 새 투자금 납입 시점과 겹치는지가 민감하다. 새 투자자가 넣는 돈이 회사의 성장 자금인지 기존 투자자의 회수에 쓰일 가능성이 있는지에 따라 협상 구조가 달라진다. 새로 발행할 우선주의 배당·잔여재산 우선순위가 기존 주식보다 앞서는지, 기존 투자자 동의가 필요한지도 따져야 한다. RCPS라는 명칭만으로 선순위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각 라운드의 발행 조건과 SHA의 권리 범위를 함께 읽어야 한다.
선택을 좁히면 창업자에게는 현금 지급 의무와 재무제표 영향, 투자자에게는 실제 회수 가능성과 성장 이익에 대한 참여 방식이 관건이다. 상환권을 뺀 대신 전환가격 조정이나 동의권을 강화한다면 CPS도 회사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투자자에게 현금 회수 경로가 중요하다면 RCPS의 상환 조건을 법률상 재원 한도와 회계 분류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 그 차이를 권리와 재무제표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다음 라운드와 상장 준비에서 조건을 일관되게 협상할 수 있다.
함께 읽기:
관련 기사
뉴스레터 구독
최신 Web3, AI, 암호화폐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