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 AI 전환법 발의…암묵지 데이터와 성능인증까지 묶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등 10인이 2026년 10월 21일 국회에 낸 전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계류 중이다. 현행 「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을 산업 AI 전환 중심으로 다시 짜면서, 제조 현장 숙련기술자의 데이터 활용·보존과 산업 AI 제품의 실증·인증을 하나의 지원체계에 담으려는 제안이다.
의안번호 2222005의 제안 내용에는 법률 이름을 「산업인공지능전환 촉진법」으로 바꾸고, 산업데이터 라이브러리의 보안조치와 제품 시범사업구역·성능인증 근거를 두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들은 장관이 사업을 추진하거나 구역·기업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법안의 발의가 곧 지정, 인증 또는 기업 지원의 시작을 뜻하지는 않는다.
현행법에도 종합계획과 산업 AI 지원은 있다
개정안이 제안하는 종합계획은 주기부터 새로 만드는 제도가 아니다. 현재 시행 중인 법률도 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종합계획을 3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한다. 개정안은 계획의 이름과 정책 초점을 산업인공지능전환으로 바꾸고, 그 아래에 제조 현장 데이터와 산업 AI 제품을 겨냥한 수단을 배치한다.
현행 종합계획에는 산업데이터의 생성·활용·보호·거래·보안, 표준화, 연구개발과 사업화가 이미 들어 있다. 산업인공지능의 개발·활용도 계획 대상이다. 따라서 개정안을 읽을 때 핵심은 정부가 처음으로 산업 AI를 다루게 됐다는 데 있지 않다. 기존의 넓은 정책 범위 안에서 숙련기술 데이터 보존과 제품 검증을 각각 별도 사업과 권한으로 구체화하려는 데 있다.
기업 간 협력에도 기존 근거가 있다. 현행법은 선도사업을 발굴할 때 기업 등의 협력을 권고할 수 있게 하고, 선정된 사업에 행정·기술·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은 여기에 기업 등이 참여하는 제조인공지능전환 얼라이언스의 구성·운영을 촉진하는 근거를 제안한다. 협력을 권고하거나 개별 선도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에 더해, 참여 주체를 지속적으로 연결할 조직적 장치를 두려는 취지로 읽힌다.
숙련자의 판단을 보존하고 라이브러리 데이터를 보호한다
제조 현장에 관한 새 조항은 숙련기술자가 가진 지식을 산업데이터 정책의 대상으로 명시한다. 대상은 기술자의 작업행동과 판단, 노하우와 지식에 관련된 데이터다. 장관이 이를 활용하고 보존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작업 과정에서 사람이 내리는 판단을 데이터로 남길 근거를 두려는 것이지만, 법안의 주요 내용만으로 수집 대상이나 수집 방식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사용·수익에 관한 기본 원칙은 현행법에도 있다.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의 권리, 공동 생성한 경우의 관계, 제삼자에게 제공했을 때의 관계를 규정하고,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지원할 수 있게 한다. 개정안의 숙련기술 조항은 이 일반 원칙과 역할이 다르다. 특정한 현장 지식을 활용·보존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근거를 별도로 둔다.
산업데이터 라이브러리는 보관과 보호를 함께 묶은 제안이다. 장관이 라이브러리를 구축·운영하고, 그곳에 수집·보관하는 데이터가 누설·유출·훼손·변조되지 않도록 등급별 보안조치를 수립·시행하도록 한다. 보호 대상이 라이브러리에 들어간 데이터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 문구만으로 모든 제조기업의 모든 데이터에 동일한 새 등급이 적용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현행법의 산업데이터 플랫폼은 기업 등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전자적 통합 서비스와 기반이다. 플랫폼의 구축·운영, 공유·거래,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를 지원하는 근거도 있다. 라이브러리 조항은 이보다 수집·보관되는 데이터와 그 보안조치에 초점을 맞춘다. 두 장치를 같은 이름의 저장소로 취급하면, 기존의 활용 기반 지원과 새로 제안된 보관·보호 책임의 차이가 흐려진다.
시범사업구역과 성능인증은 적용 조건이 다르다
제품 관련 조항은 실증할 공간과 성능을 확인할 경로를 나눠 제시한다. 시범사업구역은 산업인공지능제품의 실증·시험·인증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장관이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제안이다. 법안에 지정 권한이 적혔을 뿐 특정 지역이 지정된 상태는 아니다. 참여 기업과 운영 방식도 실제 지정과 후속 기준에 따라 구체화될 사안이다.
성능인증은 모든 산업 AI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일률적인 의무로 적혀 있지 않다. 공급기업이나 수요기업이 제작·조립 또는 수입하려는 제품에 안전기준이 없는 경우, 장관이 안전성·신뢰성 등의 성능을 인증할 수 있도록 한다. 적용 여부를 가르는 문구는 ‘안전기준이 없는 경우’다. 이 조건을 빼고 제품 전반에 새 인증이 도입된 것처럼 설명하면 제안된 권한의 범위를 넓혀 말하게 된다.
현행법은 산업데이터와 산업인공지능의 표준화 근거를 이미 두고 있다. 선도사업을 신청하는 기업의 계획에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시험·평가와 검증도 포함될 수 있다. 개정안이 제안한 변화는 시험이라는 활동 자체의 신설보다 제품을 위한 시범사업구역과 조건부 성능인증 권한의 명문화에 있다. 표준화, 사업 지원, 구역 지정, 개별 제품 인증은 서로 연결될 수 있지만 법안에서 맡는 기능은 각각 다르다.
지원 대상을 가르는 장치도 추가된다. 현행법 아래에서는 산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을 지원하는 전문회사를 설립·운영할 수 있고, 일정 절차를 거친 회사는 기술·서비스 개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은 그 가운데 요건을 갖춘 회사를 산업인공지능전환 특화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전문회사라는 기존 범주 안에 별도의 지정 경로를 두려는 내용이다.
현행 제도와 발의안의 차이
두 법안을 나란히 보면 이미 시행 중인 지원과 새로 제안된 권한을 구분할 수 있다. 개정안은 기존 계획·데이터 활용·전문회사·선도사업의 틀을 바탕으로, 제조 현장의 지식과 산업 AI 제품에 더 직접적인 수단을 붙이는 방식이다. 주요 차이는 다음과 같다.
- 정책계획: 현행법은 디지털 전환과 AI 활용을 함께 다루는 종합계획을 둔다. 개정안은 산업인공지능전환을 계획의 중심에 놓고 제조인공지능전환 얼라이언스의 구성·운영 근거를 더한다. 계획을 정기적으로 세우는 체계 자체는 이어진다.
- 숙련기술 데이터: 현행법은 산업데이터의 권리와 활용 원칙을 폭넓게 규정한다. 개정안은 숙련기술자의 작업행동·판단·노하우와 관련된 데이터를 활용·보존할 사업을 명시해 지원 대상을 구체화한다.
- 보관과 보안: 현행법은 산업데이터 플랫폼과 안전한 활용 기반을 지원한다. 개정안은 라이브러리를 구축·운영하면서 그 안에 수집·보관한 데이터에 등급별 보안조치를 적용하도록 제안한다.
- 기업 지원: 현행법에는 산업데이터와 AI 활용을 돕는 전문회사에 대한 지원 근거가 있다. 개정안은 요건을 갖춘 전문회사를 특화기업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경로를 추가한다.
- 실증과 인증: 현행법은 선도사업의 선정·지원과 산업인공지능 표준화를 규정한다. 개정안은 제품 시범사업구역 지정과 안전기준이 없는 제품의 성능인증 권한을 별도로 제안한다.
선도사업 지원의 범위에도 변화가 제안됐다. 국가정책상 중요성이 높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는 연구개발과제의 공모 외 선정, 정부지원연구개발비와 기관부담비율의 차등 적용, 기술료 감면 같은 특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이는 모든 산업 AI 사업에 자동으로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라 해당 조건에 맞는 선도사업에 관한 권한이다.
이 전부개정안은 국회 심사를 거쳐야 하므로 기업에 적용되는 기준은 여전히 현행법이다. 향후 심사에서는 숙련기술 데이터 사업의 범위, 라이브러리 보안조치의 구체적 운영, 시범사업구역 지정과 성능인증 절차가 어떤 문구로 확정되는지가 실제 지원체계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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