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블업 공모가 1만9000원…기관 절반은 그보다 낮게 썼다

|작성자: QUASA 편집팀|5 분 소요
래블업 공모가 1만9000원…기관 절반은 그보다 낮게 썼다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래블업의 10월 21일 수요예측 분석을 보면, 2026년 코스닥 공모가는 희망 범위 하단인 1만9000원으로 확정됐고 기관 경쟁률은 284.53대 1이었다. 그러나 참여 1129건 가운데 553건, 즉 49.0%는 확정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신청 물량이 많았다는 사실과 확정 가격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은 다르다.

공시 정형자료를 정리한 래블업 공모주 정보에는 기관 신청 수량 기준 의무보유 확약률이 2.09%, 상장 직후 유통 가능 주식이 517만2746주로 상장 예정 주식의 35.51%라고 표시돼 있다. 일반청약은 10월 22~23일 진행돼 마감됐다. 확약률은 기관이 신청할 때 약속한 보유 기간에 관한 수치이고, 유통 가능 비율은 상장 시점에 매도 제한이 없는 주식의 비율이다.

래블업은 GPU·NPU 등 AI 연산 자원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한다. 신정규 대표는 회사 기업설명회 발표에서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사업 영역을 넓혀 “글로벌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상장 예정일은 11월 3일이다. 상장을 앞둔 현재 기관 주문의 가격 분포와 초기 매도 가능 물량이 공모 조건을 읽는 핵심이다.

284.53대 1 경쟁률 안에서 갈린 신청가격

기관 경쟁률은 신청 주식 수를 기관 배정 물량과 비교한 값이다. 래블업 수요예측에는 총 4억4659만3000주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이 물량이 모두 1만9000원 이상에서 나온 수요는 아니다. 경쟁률 하나만으로는 기관이 어떤 가격에 참여하려 했는지 알 수 없다.

가격별 신청 건수를 보면 하단 미만이 553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단과 같은 1만9000원을 제시한 신청은 290건, 상단인 2만2000원은 270건, 상단을 넘긴 신청은 11건이었다. 하단과 상단 사이 가격을 적은 신청은 4건에 그쳤다. 주문은 희망 범위 안에 고르게 모이기보다 하단 아래와 상단 부근으로 갈렸다.

신청 수량을 반영한 제시가격 가중평균도 1만7889원으로 확정 공모가보다 낮았다. 가중평균은 각 기관이 배정받은 가격이나 상장 뒤 주가를 뜻하지 않는다. 수요예측 당시 어느 가격대에 신청 물량이 실렸는지 보여주는 별도의 지표다. 신청 건수의 분포와 수량 기준 평균이 모두 하단 아래 주문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공모가가 하단에서 정해지면서 그보다 낮은 가격을 적은 신청은 배정 대상에서 빠졌다. 확정 가격 이상을 제시했거나 가격을 제시하지 않은 관계인수인의 신청은 576건, 2억2355만1000주였다. 이 물량을 기관 배정 물량과 비교하면 약 142.43대 1로, 전체 신청으로 계산한 경쟁률과 차이가 크다. 이는 공개된 신청량을 다시 계산한 값이며, 최종 배정 경쟁률을 새로 발표한 수치는 아니다.

하단 미만 주문이 많았다는 결과만으로 각 기관의 사업 전망이나 낮은 가격을 제시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확정 공모가에 못 미치는 신청까지 포함한 경쟁률을 가격 수용도의 단일 지표로 삼으면, 이번 수요예측에서 나타난 가격 차이를 놓치게 된다.

2.09% 확약률과 배정 가능한 확약 수요

의무보유 확약은 기관이 배정받은 주식을 상장 후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신청하는 조건이다. 래블업 수요예측에서 확약을 건 신청은 11건, 932만8000주였다. 전체 기관 신청 수량과 비교한 2.09%는 신청 단계의 비율이므로, 최종 배정 주식 중 실제 매도 제한을 받는 비율과 같지는 않다.

확약 기간별 신청가격을 보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 6개월 확약을 제시한 4건, 347만2000주는 모두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적어 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배정 가능한 가격대에 남은 확약 신청은 15일과 3개월 확약을 합친 585만6000주였다. 긴 확약 기간을 제시한 신청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물량이 상장 초기 매도 제한 물량이 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대표주관회사 NH투자증권이 공모주 2만1800주를 추가로 취득해 일정 기간 보유하게 된 것도 이 구조와 관련된다.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할 물량이 규정상 기준에 못 미쳐 주관사에 추가 취득 의무가 생겼다. 주관사가 규정에 따라 보유하는 물량은 기관이 수요예측에서 자발적으로 확약한 물량과 성격이 다르다.

확약하지 않은 기관이 배정받은 주식을 반드시 상장 첫날 파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신청 단계에서 확약한 주식도 가격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배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2.09%는 기관의 사전 보유 의사를 보여주고, 실제 상장 초기 공급 규모는 최종 배정과 유통 가능 주식 구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

첫날 매도 가능 주식, 공모가로 약 983억원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517만2746주에 확정 공모가 1만9000원을 적용하면 약 983억원이다. 이 금액은 매도 제한이 없는 주식을 공모가로 환산한 규모다. 해당 주식이 모두 첫날 매도되거나 983억원의 매도 주문이 나온다는 예측치는 아니다.

유통 가능 주식에는 이번 공모로 발행되는 주식뿐 아니라 매도 제한이 없는 기존 주주의 보유분도 들어간다. 공개된 구성에서는 공모주 211만4600주와 기존 주주 몫 305만8146주가 합쳐져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을 이룬다. 기존 주주 몫이 더 크기 때문에 신규 공모주 수만으로 초기 거래 가능 규모를 가늠하면 공급 범위를 작게 보게 된다.

유통 가능 비율의 분모는 상장 예정 주식 전체이고, 의무보유 확약률의 분모는 기관의 수요예측 신청 수량이다. 두 비율을 더하거나 빼서 첫날 매도 압력을 계산할 수 없는 까닭이다. 먼저 어떤 주식에 매도 제한이 없는지로 공급의 범위를 파악하고, 기관 확약은 그 안에서 실제 배정 결과에 반영될 보유 조건으로 구분해야 한다.

매도 제한이 없더라도 주주는 보유를 선택할 수 있다. 실제 거래량과 가격은 상장 후 매수·매도 주문이 맞물리며 정해진다. 공모가로 환산한 금액은 상장 전 비교에 쓰는 고정된 기준이며, 거래가 시작된 뒤의 시가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단 확정 뒤 이어지는 래블업 상장 일정

이번 공모는 신주 218만주 발행으로 진행되며, 확정가를 적용한 모집총액은 414억2000만원이다. 회사는 조달 자금을 연구개발, 해외 시장 확대와 인프라 확충 등에 사용할 계획을 제시했다. 사업 확장 계획은 공모의 배경이지만, 기관들이 이번 가격을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신청가격 분포에서 별도로 드러난다.

희망 가격 범위는 1만9000원에서 2만2000원이었다. 하단에서 가격을 확정한 뒤에도 기관 신청 건수의 절반 가까이가 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점은 이번 공모의 가장 뚜렷한 가격 신호다. 여기에 신청 단계의 낮은 확약률과 상장 직후 거래 가능한 기존 주주 물량이 겹친다. 각각 가격 선호, 보유 약속, 잠재 공급이라는 서로 다른 조건이다.

일반청약이 마감된 뒤 예정된 납입·환불일은 10월 27일이다. 이후 최종 배정과 매도 제한 물량이 확정되고, 예정대로라면 11월 3일 코스닥 거래가 시작된다. 신청 단계의 확약이 최종 배정에 얼마나 반영됐는지와 실제 첫 거래에서 유통 가능 주식 가운데 얼마나 매물로 나오는지가 다음에 드러날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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