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특례냐 사업모델 특례냐…평가기관과 주관사 책임이 갈린다

코스닥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에서 혁신기술기업은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를, 사업모델기업은 상장주선인의 사업모델 평가와 추천을 근거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제도동향은 두 경로의 평가 주체와 사업모델기업 공모의 환매청구권 의무를 구분한다. 적자 기업이 검토할 수 있는 특례라는 공통점보다, 성장 가능성을 누가 입증하고 그 판단에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가 선택의 핵심이다.
창업자는 기술의 완성도와 사업화 가능성을 외부 평가로 설명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업모델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주관사가 실사해 추천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일반청약자에게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사업모델기업 공모에는 주관사가 부담하는 환매청구권이 결합하지만, 혁신기술기업 공모에도 주관사의 과거 부실 상장 이력 등 규정상 사유가 있으면 같은 권리가 붙을 수 있다.
경로 선택표: 평가 주체부터 제출 자료까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심사 안내는 두 유형에 공통으로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기준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의 외형 기준을 제시한다. 이익 기준을 완화해도 기업의 규모와 상장 적격성을 심사하는 절차는 남는다.
- 평가 주체: 혁신기술기업은 외부 전문평가기관이 기술성과 시장성을 평가한다. 사업모델기업은 상장주선인이 독창적인 사업모델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평가해 추천한다. 어느 경로든 거래소가 상장 적격성을 별도로 판단한다.
- 진입 근거: 혁신기술기업의 통상적인 복수 평가에서는 전문평가기관의 등급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사업모델기업에는 그 등급 대신 주관사의 추천 사유와 실사 결과가 요구된다. 기술 기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사업모델 경로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 외형 요건: 두 유형 모두 자기자본이나 기준시가총액에 관한 특례 기준을 적용받는다. 일반기업의 이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청구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재무상태와 사업 지속 가능성은 질적 심사의 대상이다.
- 핵심 자료: 혁신기술기업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서와 주관사의 시장성 의견서를 제출한다. 사업모델기업은 주관사가 성장성 판단 근거를 담은 사업모델기업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며, 별도의 시장성 의견서는 면제된다.
- 일반청약자 보호: 사업모델기업의 주관사는 환매청구권을 제공해야 한다. 혁신기술기업에서는 주관사의 이력에 따라 의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에게 실제 적용되는 권리는 해당 공모의 증권신고서 조건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구분은 업종별 분류가 아니다. 기술기업에도 고객과 매출의 근거가 필요하고, 사업모델기업에도 서비스나 제품을 실행할 역량이 필요하다. 차이는 상장예비심사 전에 어떤 판단을 외부 평가기관에 맡기고, 어떤 판단을 기업을 주선하는 증권사가 책임 있게 제시하느냐에 있다.
기술평가가 묻는 것은 기술과 시장의 연결이다
혁신기술기업의 일반적인 복수 평가에서는 전문평가기관 2곳의 결과가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이어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자격을 얻는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기술특례상장 평가 안내는 기술의 완성도·경쟁우위·기술인력뿐 아니라 제품의 상용화 수준, 목표 시장의 규모와 성장잠재력도 평가 항목으로 제시한다. 일정한 딥테크 기업 등에는 단수 평가 예외가 있어 복수 평가가 모든 신청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연구개발 실적만으로 평가 준비가 끝나지 않는다. 기술이 어느 개발 단계에 있는지, 경쟁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그 차이가 실제 고객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연결해 설명해야 한다. 특허나 시험 결과가 있다면 보호 범위와 제품 적용 단계가 중요하고, 상용화가 진행 중이라면 기술이전이나 판매처 확보 자료가 시장성 판단에 쓰일 수 있다.
좋은 평가등급은 예비심사 청구 자격을 뒷받침하지만 상장 승인을 뜻하지 않는다. 거래소는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과 함께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투자자 보호를 살핀다. 투자자에게도 등급은 미래 매출이나 공모가의 적정성을 보증하는 표시가 아니다. 평가 당시의 개발 단계와 공모 문서의 매출 전망 사이에 어떤 가정이 놓였는지가 기업의 설명력을 가른다.
사업모델 경로에서는 주관사의 추천 논리가 드러나야 한다
사업모델기업은 외부 기술평가 등급 대신 주관사가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성을 평가해 추천한다. 거래소 심사에서는 사업모델의 완성도와 경쟁우위뿐 아니라 이를 운영할 인력과 물적 기반도 살핀다. 고객이 왜 해당 서비스를 선택하는지, 경쟁자가 비슷한 방식을 도입해도 무엇이 남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전망만으로 추천 논리를 세우기 어렵다.
주관사가 제출하는 평가보고서에는 향후 성장성에 대한 판단 근거가 들어간다. 기업은 고객 확보 방식, 반복 구매나 이용의 근거,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 확장 과정에 필요한 자원을 실사 자료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공모 자금이 어떤 성장 제약을 풀고 그 결과가 추정 손익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이는 무조건 빠른 매출 증가를 요구한다는 뜻보다, 전망을 현재 확인 가능한 사업 운영 자료에 연결하라는 요구에 가깝다.
추천에는 주관사의 가격 위험도 따른다. 머니투데이의 2025년 보도에 따르면 그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술성장기업 35곳 중 사업모델기업 경로를 이용한 곳은 1곳이었고, 증권업계는 환매청구권 부담을 이 경로 활용이 적은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는 개별 기업의 추천 가능성을 판정하는 수치는 아니다. 다만 주관사가 성장 전망과 공모 구조를 자기 책임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제도의 성격을 보여준다.
완화된 외형 요건 뒤에도 질적 심사가 남는다
두 경로 모두 이익이 충분히 실현되지 않은 혁신기업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의 문을 열어준다. 그렇다고 손실 규모나 자금 소진 속도가 심사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익 실현 전까지 사업을 유지할 재무 계획, 공모 자금의 사용 목적,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는 성장 전망과 함께 설명해야 한다. 기술기업의 평가서와 사업모델기업의 추천서는 각각 이런 심사를 시작하는 근거이지 거래소의 적격성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기업 유형에 따라 자료의 무게중심도 달라진다. 혁신기술기업은 연구개발 이력, 개발 단계, 권리 관계와 제품화 근거를 기술평가의 언어로 정리해야 한다. 사업모델기업은 고객과 계약, 서비스 제공 능력, 경쟁우위와 손익 전망을 주관사의 실사와 평가보고서로 연결해야 한다. 두 기업 모두 예상 시장 규모만 크게 제시하기보다, 지금 확보한 역량으로 그 시장에 어떻게 진입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절차상으로는 대표주관계약을 맺은 뒤 평가 또는 추천의 근거를 갖추고 예비심사를 청구한다. 신용보증기금의 코스닥 기술평가 절차에는 주관사 계약, 전문평가기관 평가, 상장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과 공모가 순서대로 제시돼 있다. 사업모델 경로에서도 거래소의 예비심사와 공모 절차를 거치지만, 청구 전에 중심이 되는 평가는 주관사의 사업모델 검토다.
환매청구권이 바꾸는 투자자의 위험 범위
사업모델기업의 환매청구권은 일반청약자가 정해진 조건에 따라 배정받은 공모주를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주관사가 기업을 추천한 뒤 주가가 부진하면 그 권리를 이행할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은 단순한 의견 제출보다 무겁다. 그렇다고 공모가격 전액이나 상장 후 모든 손실을 보전하는 장치는 아니다. 행사 기간과 매수가격 산식은 공모별 조건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
혁신기술기업에 환매청구권이 전혀 없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최근에 주관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조기에 부실화되는 등 규정상 요건에 해당하면, 같은 주관사가 맡는 혁신기술기업 공모에도 일반청약자 대상 환매청구권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자 보호는 기업의 상장 경로뿐 아니라 주관사의 과거 실사 결과와도 연결된다.
투자자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해당 증권신고서에 적힌 대상 주식, 기간과 가격 조건으로 정해진다. 기술평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가 없다고 판단하거나, 사업모델기업이라는 이름만으로 손실이 모두 보전된다고 기대하면 보호 범위를 잘못 이해하게 된다. 창업자에게 경로 선택의 기준이 입증 가능한 기술 또는 사업모델의 근거라면, 일반청약자에게는 그 근거를 제시한 주체와 공모에 붙은 권리의 구체적 조건이 판단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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