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7.9% 급락…AI 낙관론이 한 달 만에 16%를 지웠다

코스피는 10월 15일 장중 7.9% 하락한 5,532.74를 기록했고 최근 한 달 낙폭은 16%를 넘었다. 같은 시점 삼성전자는 11.4%, SK하이닉스는 12% 떨어졌다. AI 성장 기대에 힘입어 올랐던 한국 증시에서 미국 물가 상승과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매도를 자극했고, 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 확대 우려도 두 반도체주에 부담을 줬다.
연합뉴스의 10월 15일 장 마감 집계에서 코스피는 7.57% 내린 5,554.22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종가 하락률은 각각 9.48%, 11.06%였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 62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기관과 개인은 순매수했다. 장중 낙폭과 마감 낙폭이 다른 만큼 7.9%를 이날 종가 하락률로 읽어서는 안 된다.
13일, 중국 메모리 우려와 함께 매도 사이드카 발동
매도세가 거세진 첫 장면은 15일보다 앞선 13일이었다. 서울경제의 10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코스피200 선물이 기준가격보다 5.08% 하락하자 오전 9시 47분 58초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고, 당시 코스피는 장중 6,1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함께 약세를 보였다. 선물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프로그램 매도 주문을 잠시 제한하는 조건에 먼저 도달한 것이다.
반도체주에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차세대 서버용 D램 계획을 둘러싼 공급 확대 우려가 붙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새 제품이 언제 얼마나 공급되고 기존 업체의 가격과 이익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였다. 이는 당일 확인된 메모리 가격 하락이나 한국 업체의 실적 발표와는 다른, 향후 경쟁 구도에 대한 평가였다. 예상 공급량과 판매 성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도 기존 업체의 높은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흔들릴 수 있다.
같은 시기 미국 기술주 약세도 국내 반도체주에 전해졌다. 한국의 주요 메모리 업체는 AI용 설비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왔다.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비를 향후 매출과 이익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 의문이 커지면, 그 설비에 들어갈 반도체의 수요 전망도 재평가된다. 중국 업체의 추격은 공급 측면의 우려였고 AI 투자 논쟁은 수요 측면의 우려였지만, 시장에서는 두 문제가 같은 종목의 가격에 겹쳐 나타났다.
미국 물가가 금리 부담을 다시 키웠다
13일의 산업 우려 위에 미국 물가 발표가 더해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10월 14일 소비자물가 발표에서 9월 지수는 계절조정 기준 전월보다 0.6%, 전년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은 0.4%였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시장의 해석은 미국 금리 경로에 대한 부담을 키웠고, 그날 밤 미국 기술주 매도와 맞물렸다.
금리 전망이 AI 관련 주식에 민감한 이유는 투자에 필요한 자금과 미래 이익의 가치에 있다. 데이터센터와 연산 장비를 늘리는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투자 규모가 커도 그 비용을 감당하며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따지게 된다. 먼 미래의 성장에 높은 값을 매겼던 주식일수록 이런 계산의 변화가 가격에 크게 반영될 수 있다. 한국 반도체주에는 고객사의 투자 지속 여부가 메모리 주문 전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같은 질문이 적용됐다.
다만 물가 수치 하나가 한국 증시의 낙폭을 결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미 메모리 경쟁과 AI 투자 회수에 대한 우려가 형성된 상태에서 미국 지표가 금리 부담을 더한 순서가 중요하다. 서로 성격이 다른 변수들이 겹쳤기 때문에 매도는 국내의 특정 반도체 종목에만 머물지 않았고,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물가 발표는 이 흐름을 가속한 거시 변수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15일, 외국인 매도가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15일 서울 시장에서는 앞선 우려가 실제 주문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주식을 팔았고 기관과 개인의 매수에도 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에서 비중이 큰 종목이어서 두 회사 주가의 동반 하락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종가 하락률이 장중보다 작아졌어도 매도 압력이 거래 종료 때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장중 낙폭과 한 달 낙폭은 서로 다른 기간을 가리킨다. 전자는 전 거래일 종가와 비교한 그 시점의 변화이고, 후자는 더 긴 기간에 걸쳐 누적된 하락이다. AI 성장 기대가 높았던 시장에서 한 달 사이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일어난 가운데, 이날 하루의 급락이 그 흐름을 더 깊게 만든 셈이다. 두 수치를 구분해야 반도체 기업의 사업 전망에 대한 재평가가 단발성 충격인지, 누적된 불안의 연장인지를 이해할 수 있다.
외국인 순매도는 원인을 설명하는 동시에 하락이 지수에 전달된 경로를 보여준다. 미국 물가와 AI 투자 전망은 해외 투자자도 함께 평가하는 변수이고, 매도 주문이 지수 비중이 큰 반도체주에 몰리면 개별 기업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체의 낙폭으로 확대된다. 반대로 기관과 개인이 순매수했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기업의 전망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일치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날 거래에서는 투자 주체별 판단이 엇갈렸지만 가격은 매도 우위 속에서 내려갔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도를, 서킷브레이커는 거래를 멈췄다
15일 개장 직후에도 매도 사이드카가 작동했다. 한국거래소의 10월 15일 공시에는 오전 9시 7분 42초 코스피200 선물이 기준가격보다 5.27% 하락해 유가증권시장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고 적혀 있다. 적용 대상은 프로그램 매도호가다. 이 조치가 발동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주식 거래가 멈춘 것은 아니다.
낮에는 지수 하락이 더 깊어지면서 별도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고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사이드카가 선물 급락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의 속도를 늦추는 장치라면, 서킷브레이커는 현물시장 지수의 급격한 하락에 대응해 시장 거래 자체를 멈춘다. 두 장치의 적용 범위가 달라 같은 날 순서대로 발동할 수 있다. 앞선 조치만으로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순서에서 드러난다.
일시 정지는 급격한 주문 흐름에 시간을 주지만 기업의 수익 전망이나 투자자의 가격 판단을 바꾸지는 않는다. 거래가 재개된 뒤에도 외국인 매도와 반도체주 약세가 이어졌고, 코스피는 큰 폭의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이후 시장이 확인할 쟁점은 미국의 금리 전망과 AI 설비 투자의 지속성, 중국 메모리 업체의 실제 공급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요와 이익 전망에 얼마나 반영되는가다.
함께 읽기:
관련 기사
뉴스레터 구독
최신 Web3, AI, 암호화폐 뉴스를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