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퓨리오사AI 8200억원 유치…목표를 넘긴 돈은 양산으로 간다

2026년 10월 2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퓨리오사AI는 82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마쳤고, 투자 후 기업가치는 약 3조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최종 조달액은 회사가 당초 제시한 4500억~7500억원의 목표 상단을 넘었다.
회사의 전날 시리즈D 발표는 같은 라운드를 6억2000만달러, 투자 후 기업가치를 29억달러로 제시하면서 2026년 RNGD 카드 2만개 생산과 2027년 두 배 이상 증산을 계획했다. 이미 삼성SDS가 RNGD 기반 서비스를 출시했고 LG그룹 계열사는 자체 인프라에 제품을 배치하고 있다. 조달한 자금은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이러한 기업 고객 공급과 차기 칩 개발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투자금의 가장 큰 몫은 국민성장펀드

국민성장펀드가 맡은 금액은 3700억원으로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크다. 기존 주주의 후속 투자액은 합계 1700억원이다. 전체 조달액에서 두 금액을 빼면 나머지 신규 투자자의 몫은 2800억원이다. 이를 전체 금액에 견주면 국민성장펀드가 약 45%, 기존 주주가 약 21%, 그 밖의 신규 투자자가 약 34%를 부담한 셈이다.
마지막 몫을 모두 해외 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 해외에서는 미국 인피니텀이 가장 큰 금액으로 참여했고 QUDA 캐피탈 파트너스, 시스코 인베스트먼츠, 제리코 캐피털, 네오포트 홀딩, 월드라인 캐피털도 투자자 명단에 있다. 국내 신규 투자자로는 유암코, 한국수출입은행, 한화자산운용이 합류했다. 해외 투자자별 금액이 모두 공개되지는 않아 국내외 자금의 정확한 비율은 산출할 수 없다.
기존 주주 가운데 넥스트랜스가 480억원으로 가장 많이 추가 투자했고 한국산업은행은 300억원을 더했다. 네이버벤처스, DSC인베스트먼트, KDB캐피탈과 카카오인베스트먼트도 다시 참여했다. 신규 국내 투자자 중에서는 유암코의 400억원이 가장 큰 금액이다. 새 투자자 유입과 기존 주주의 재참여가 함께 이뤄졌지만, 공개된 참여액만으로 각 투자자가 생산과 연구개발에 얼마씩 배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뉴시스가 전한 발언에서 “이제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확산시켜 나갈 단계”라고 말했다. 목표를 웃돈 투자 유치는 생산과 공급을 확대할 재원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그 재원이 실제 카드 생산, 고객 납품, 반복 주문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사업 과제다.
RNGD 증산 계획은 출하 실적과 구분해야 한다
RNGD는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간 추론용 가속기다. 따라서 회사가 제시한 올해 생산 목표는 개발용 시제품의 예상 수량이 아니라 양산 체계에서 만들겠다는 카드 물량이다. 다만 연간 생산 목표가 곧 생산 완료량이나 고객 인도량을 뜻하지는 않는다. 확보한 제조 능력과 메모리가 카드 완성 및 납기 준수로 이어져야 공급 확대가 실적으로 잡힌다.
제품은 공랭식 PCIe 카드 형태이며 회사가 제시한 소비전력은 180와트다. RNGD 카드 8개를 묶는 NXT RNGD 서버는 기존 기업용 랙과 전력 환경에 들어가도록 설계됐다. 이는 고객이 가속기만 따로 사는 경우와 서버 단위로 도입하는 경우 모두에 대응하려는 구성이다. 카드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서버 통합, 설치, 운영 소프트웨어가 함께 준비되지 않으면 고객 배치 속도는 그만큼 빨라지지 않는다.
증산 계획의 근거로 회사는 메모리와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생산에 필요한 주요 투입 요소를 선점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계획한 물량의 제조와 출하가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카드 생산 후에도 품질 관리와 서버 구성, 고객 환경에 맞춘 배포가 순서대로 이어진다. 이번 투자금이 양산 확대에 쓰인다는 설명을 판단할 때는 확보한 생산 능력과 실제 공급 수량을 나눠 봐야 한다.
회사가 제시한 성능 비교도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 동일한 카드 수에서 RNGD가 RTX PRO 6000과 비슷한 처리량을 내고 전력당 서비스 가능한 사용자가 두 배라는 수치는 회사의 비교 결과다. 이를 독립 기관이 여러 고객 환경에서 재현한 결과로 받아들일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기업 고객에게는 자사 모델을 지속해서 운영할 때의 처리량과 전력 사용량, 소프트웨어 안정성이 구매와 추가 배치에 더 직접적인 자료가 된다.
삼성SDS·LG 배치가 보여주는 상용화 단계

삼성SDS는 RNGD를 쓰는 NPU 서비스형 인프라를 출시했고 LG그룹 계열사는 자체 구축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에 RNGD를 배치하고 있다. 이는 고객이 실제 추론 작업에 제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는 사례다. 회사는 AI 클라우드 사업자와 기업 내부 인프라 등에도 제품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고객별 카드 설치량이나 계약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칩이 기업 환경에 들어가는 과정은 하드웨어 납품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은 서버에 카드를 구성한 뒤 기존 모델과 배포 도구를 연결하고, 이용량이 달라져도 서비스를 운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선은 생산 확대와 별도의 부수 작업이 아니라 공급량을 실제 사용량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속한다. 고객 환경에서 운영이 안정돼야 같은 고객의 추가 설치나 다른 고객으로의 확대도 가능해진다.
회사가 올해 공개한 소프트웨어 개선에는 서로 다른 추론 요청을 묶어 처리하는 기능, 반복 입력을 재활용하는 기능, 쿠버네티스 지원이 포함된다. 전자는 가속기를 비워 두는 시간을 줄이는 데, 반복 입력 재활용은 같은 내용을 다시 계산하는 부담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쿠버네티스 지원은 기업이 기존 서비스 운영 체계 안에서 장비를 관리하는 데 관련된다. 이 기능들의 가치는 발표된 사양 자체보다 고객이 여러 모델과 이용량 변화에 대응할 때 드러날 것이다.
현재 공개된 삼성SDS와 LG 사례만으로 올해 생산 목표 물량의 판매가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 서비스 출시와 장비 배치는 상용화의 시작을 보여주지만, 전체 생산 물량 중 고객에게 인도된 비율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공개된 고객 사례가 늘어날수록 회사가 밝힌 생산 능력이 실제 수요와 어느 정도 맞물리는지도 더 분명해질 수 있다.
현재 제품 공급과 차기 칩 개발의 시간표
이번 라운드는 현재 제품을 더 많이 공급하는 일과 차세대 가속기를 개발하는 일에 함께 쓰인다. RNGD의 생산과 고객 배치는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출하와 운영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브로드컴 등과 협력 중인 차기 제품은 개발 단계다. 회사는 이 제품에 2나노미터 다중 다이 설계와 HBM4·4E 메모리를 활용할 계획을 제시했다.
두 과제의 성과가 나타나는 시점도 다르다. 현재 제품에는 제조 능력 확보, 카드 완성, 서버 통합, 소프트웨어 지원, 해외 고객 배치가 이어진다. 차기 칩 개발에는 설계와 개발 작업이 먼저 필요하며, 제시된 사양이 현재 판매되는 RNGD의 성능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투자금의 항목별 집행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두 과제 사이에 얼마를 배정했는지 단정할 수 없다.
가장 가까운 확인 지점은 올해 RNGD 카드 생산과 실제 출하다. 이어 내년 증산 계획이 생산 실적으로 이어지고 기존 기업 고객의 배치가 확대되는지에 따라 이번 조달액이 공급 능력으로 전환된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생산 목표, 출하량, 고객 설치량이 각각 공개되면 양산 확대와 상용화의 속도를 더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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