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기자가 진짜 매체에 글을 실었다…AI 영향공작의 새 위장술

|작성자: QUASA 편집팀|6 분 소요
가짜 기자가 진짜 매체에 글을 실었다…AI 영향공작의 새 위장술

OpenAI가 2026년 10월 8일 공개한 조사에서 러시아·이란발 위장 영향공작에 사용된 계정군을 차단했으며, 이란발 작전의 허위 기자 필명 7개로 투고된 글 100편 가까이가 실제 매체에 게재되거나 재배포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발 작전은 중남미에서 독립 연구기관처럼 보이는 조직을 운영하며 현지 인력의 작업을 활용했다. 두 작전 모두 ChatGPT를 사용했지만, 가짜 신분과 기관을 만들고 콘텐츠를 유통한 주체는 사람이었다.

허위 필명 Ervin B. Hoskins의 칼럼이 실린 곳에는 미국 플로리다의 지역 신문 Port St. Joe Star도 있다. 발행인 데이비드 애들러스틴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그 글이 “this one struck me as thought-provoking”이었다고 말했고, 오랫동안 기고문을 보내온 중개 단체 PeaceVoice를 거쳤기에 필자의 신원을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독자에게는 통상적인 기고문이었지만, 필자 신분은 이란발 작전이 만든 것이었다.

가짜 필명이 매체의 신뢰를 빌린 경로

이란발 작전은 글만 투고한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서방 언론인이 쓴 원고처럼 보이도록 필자 이력을 갖췄다. 일부 소개에는 국제정치, 중동 문제, 인권을 다루는 프리랜서 필자라는 경력이 붙었다. 같은 이름으로 만든 소셜미디어 계정은 편집자가 필자를 검색했을 때 활동 흔적을 찾게 하는 장치가 됐다.

Hoskins의 소개는 그를 미국 프리랜서 필자로 제시했지만, 연결된 계정의 공개 위치 정보는 이란을 가리켰다. Michael Harrison 명의에도 여러 플랫폼의 계정이 붙었고, 운영자들은 이 인물의 소개 문구를 만드는 데 모델을 이용했다. 계정과 필자 소개가 일치한다는 사실은 실재하는 기자의 경력을 입증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꾸며낸 신분의 여러 부분이 서로 맞아 보이게 했다.

투고 과정은 매체가 평소 원고를 받는 절차를 이용했다. 운영자들은 영어 원고를 특정 매체의 제출 기준에 맞게 검토·수정하고 편집자에게 보낼 제안 이메일도 준비했다. 게재 뒤에는 일부 매체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글을 다시 소개했다. 출처를 숨긴 운영자는 매체의 편집과 배포 경로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가 독자에게 닿을 기회를 얻었다.

Port St. Joe Star의 경우 칼럼은 필자에게서 신문사로 바로 전달되지 않고 PeaceVoice를 거쳤다. 애들러스틴이 신원 확인을 생략한 이유도 이 단체와 이어온 거래 관계였다. 평소 신뢰하던 중개 경로가 새 필자의 이력까지 보증하는 것처럼 작용한 셈이다. 이후 해당 허위 필명으로 실린 글을 내리고 게재 절차를 재검토한 매체도 있었다.

러시아발 작전은 연구기관의 외형을 만들었다

중남미 현지 취재가 러시아발 작전이 통제한 Social Research Center의 연구 활동으로 이어진 구조

러시아발 작전은 기자 개인보다 기관의 외형을 앞세웠다. CNA의 보도에 따르면 Social Research Center라는 중남미 연구기관에는 자신들이 러시아발 작전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모른 것으로 보이는 현지 인력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역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연구 글을 작성했다. 기관의 통제 주체는 숨겨졌지만, 현지 인력의 작업 자체는 실제로 이뤄진 것이다.

운영자들의 내부 기록에는 채용과 해고, 보수, 연구 과제에 관한 결정이 등장한다. ‘Mia Clark’이라는 가짜 인물은 기관의 소셜미디어 활동과 현지 직원과의 연락에 쓰였다. 기관 웹사이트에는 다수의 글이 올라왔고, 상당수는 현지 인력이 만든 독창적인 내용으로 보였다. 개별 인터뷰나 글이 실제라고 해서 그 연구를 발주하고 유통한 기관의 독립성까지 입증되는 구조는 아니었다.

이 연구기관은 인도계 이주민과 중남미의 관계 등을 다루는 곳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현지 직원들이 전문가를 만나 연구물을 만드는 활동은 기관의 외관을 더욱 그럴듯하게 했다. 반면 운영자들의 활동 기록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남미의 인식을 해치거나 일부 국가의 국내 정치에 영향을 주려는 목표도 드러냈다. 독자가 연구 결과만 접하면 현지 필자의 작업과 숨은 운영자의 목적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AI는 원고와 보고를 도왔고, 작전은 사람이 운영했다

이란발 운영자들은 ChatGPT에 영어 원고가 매체의 투고 기준에 맞는지 검토하게 하고 수정안을 받았다. 수정 내용을 승인한 다음에는 편집자에게 보낼 이메일 초안을 만들게 했다. 영어와 페르시아어 소셜미디어 댓글 묶음, 내부 성과 보고의 문장 정리에도 모델을 사용했다. 원고 준비에서 투고 제안까지 이어지는 작업을 AI가 보조한 것이다.

러시아발 작전에서 모델의 주된 용도는 외부 게시물보다 내부 활동 보고서 작성이었다. 운영자들은 다른 사람의 활동까지 자신의 성과로 주장할 수 있는 보고 내용을 정리했고, 연구기관의 업무 현황을 설명하는 문안도 만들었다. 일부 허위 주장에는 현지 어휘와 기관 문서에 어울리는 표현을 적용하려 했다. 가짜 문구의 번역이나 음성 대본 작성에 모델을 이용한 흔적도 있다.

어떤 신분을 만들고 어느 매체에 투고할지, 현지 인력을 어떻게 고용하고 관리할지, 어떤 문안을 게시할지는 운영자가 결정했다. 공개된 내용은 AI가 스스로 대상을 선정해 두 작전을 운영했다는 뜻이 아니다. 확인된 게재물 전부가 모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성됐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 인력이 작성한 연구물과 모델이 손본 문안이 같은 위장 기관의 이름으로 유통될 수 있었다.

댓글 게시에 관한 내부 기록에는 사람의 작업과 자동화가 함께 등장한다. 다만 그 자동화에 OpenAI 모델이 쓰였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모델 사용 흔적과 게시 행위를 구분해야 누가 콘텐츠를 만들고 승인하고 배포했는지 정확히 볼 수 있다. 허위 신분을 구축한 결정과 원고를 받아들인 편집 과정도 이 작전의 일부였다.

게재 건수와 실제 영향은 다르다

Port St. Joe Star에 실린 가짜 필명 칼럼의 게재 사실과 측정되지 않은 실제 독자 규모의 차이

가장 분명하게 확인된 결과는 허위 필명으로 낸 글이 실제 매체에 실렸다는 사실이다. 러시아발 작전에서도 일부 허위 주장은 공개 게시물과 언론 보도, 사실 확인과 공적 반응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게재와 반응의 존재는 그 메시지를 읽고 믿은 사람의 규모를 곧바로 말해주지 않는다. 매체 계정의 팔로어 수 역시 개별 글의 독자 수와 같지 않다.

이란발 작전의 댓글 활동은 기사 게재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공개적으로 확인된 댓글은 대체로 반응이 적었고, 일부 ‘좋아요’는 작전과 연결된 계정에서 나왔다. 운영자들은 자신들이 단 댓글의 조회수가 아니라 댓글을 단 원래 게시물의 조회수 변화를 성과로 계산하기도 했다. 원래 게시물의 인기와 다른 이용자의 활동까지 자신의 영향으로 돌릴 수 있는 방식이다.

러시아발 운영자들의 내부 보고에도 실제 파급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주장이 섞여 있었다. 일부 허위 주장은 공개 자료에서 대응하는 게시물이나 사실 확인 사례를 찾을 수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있었다. 이미 다른 경로로 일어난 일을 자신의 성과로 적은 정황도 드러났다. 운영자의 활동 기록과 독립적으로 관찰된 결과를 같은 무게로 취급하면 영향 범위가 부풀려진다.

두 작전의 최종 지휘 주체도 같은 수준으로 특정된 것은 아니다. 계정 활동의 출발지는 각각 러시아와 이란으로 확인됐지만, 이란발 활동의 구체적인 의뢰인이나 운영 조직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란발 작전은 돈을 받고 수행하는 영향공작과 양상이 비슷하다는 평가에 머문다. 출발지만으로 두 나라 정부가 직접 지휘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 매체와 플랫폼에 남은 확인 지점

한국의 편집국과 플랫폼에서 살펴볼 지점은 원고의 문체만이 아니라 신원과 유통 경로다. 이란발 글에는 그럴듯한 필자 소개와 소셜미디어 계정이 붙었고, 실제 거래 관계가 있던 중개 단체도 개입했다. 러시아발 연구기관에서는 현지 인력이 진짜 인터뷰를 수행했다. 글이 자연스럽거나 취재 활동이 실제라는 이유만으로 필자와 기관의 배후까지 확인됐다고 볼 수 없다.

  • 투고자의 이름, 사진, 연락처와 활동 이력이 여러 매체와 계정에서 일치하는지 살핀다. 일치하는 프로필이 여럿 있더라도 별도로 연락할 수 있는 실제 인물인지 확인해야 한다.
  • 연구기관이나 중개 단체가 콘텐츠를 제공할 때는 소유자, 운영자와 편집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인한다. 현지 직원의 실재 여부와 기관의 독립성은 별개의 문제다.
  • 같은 필명, 비슷한 주장과 반복되는 투고 방식이 여러 매체에서 나타나는지 살핀다. 반복 패턴은 추가 확인의 단서이지, 그 자체로 외국 영향공작의 증거는 아니다.

Port St. Joe Star의 발행인은 기존 중개 관계 때문에 필자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사례에서 경계가 무너진 지점은 원고의 품질이 아니라 새 필자에게 신뢰를 넘겨준 과정이었다. 매체별 열람 기록과 플랫폼 상호작용 자료가 더 공개되기 전까지 실제 독자 규모와 여론에 미친 변화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허위 신분이 정상적인 게재 절차를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편집 책임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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