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손글씨가 ‘말모이체’가 됐다…2,350자를 누구나 쓴다

|작성자: QUASA 편집팀|6 분 소요| 1
1914년 손글씨가 ‘말모이체’가 됐다…2,350자를 누구나 쓴다

SK텔레콤은 2026년 10월 9일 공개한 ‘2026 말모이’ 영상 소개에서 A.X K2가 1914년 「말모이」 원고의 글씨를 분석해 완성형 한글 2,350자와 세 가지 굵기의 말모이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상에 출연한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은 원고를 “우리말 최초의 사전”이라고 설명했다.

글꼴 파일은 이미 공개돼 있다. 한글학회가 2026년 10월 8일 올린 말모이체 배포 게시물에는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압축 파일과 별도의 설치 안내 문서가 첨부돼 있다. 원고의 필체가 일상에서 입력할 수 있는 글꼴로 바뀐 결과를 독자가 직접 받아 쓸 수 있는 상태다.

한글학회에서 어떤 파일을 받나

글꼴을 받으려면 한글학회 자료마당의 ‘말모이체’ 글꼴 내려받기 게시물에서 글꼴 압축 파일을 선택하면 된다. 함께 붙은 설치 안내 문서는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파일이므로, 서체를 설치하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첨부 자료는 압축 파일이다. 압축을 풀면 운영체제에 설치할 수 있는 TTF 파일이 나온다.

제공되는 파일은 MalmoiChe-Light.ttf, MalmoiChe-Medium.ttf, MalmoiChe-Bold.ttf다. 이름 끝의 Light, Medium, Bold가 각각 가는 굵기, 중간 굵기, 굵은 굵기를 가리킨다. 원하는 굵기만 설치할 수도 있지만, 모두 설치하면 문서 안에서 용도에 따라 말모이체의 굵기를 골라 쓸 수 있다.

윈도에서는 압축 파일을 먼저 풀고 TTF 파일을 설치한다. 압축 파일 안에서 곧바로 설치하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한글학회 안내의 설명이다. 이미 열려 있던 문서 프로그램에 글꼴이 보이지 않으면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료했다가 다시 실행하면 된다.

맥에서는 압축을 푼 TTF 파일을 열어 서체 관리자에서 설치할 수 있다. 설치가 끝나면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글꼴 목록에서 ‘MalmoiChe’ 또는 ‘말모이체’를 찾으면 된다. 파일을 내려받은 직후 목록에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사용 중이던 프로그램을 다시 열어 글꼴 목록을 갱신해야 한다.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모든 용도의 이용 허락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글학회 배포 게시물 본문에는 상업적 제작물에 쓰거나 글꼴 파일을 재배포할 때 적용할 별도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런 용도가 예정돼 있다면 배포 주체나 제작사에 허용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글 2,350자와 세 굵기의 의미

말모이체의 지원 범위는 자주 쓰이는 KS X 1001 완성형 한글을 기준으로 한다. 여기에 영문, 숫자, 기본 문장부호도 담겼다. 여기서 글자 수는 낱말의 개수가 아니라, 입력했을 때 화면에 표시할 수 있도록 글꼴에 들어간 한글 음절 모양의 수를 뜻한다.

완성형 글꼴에서는 ‘가’나 ‘각’처럼 자음과 모음이 결합한 음절마다 사용할 글자 모양이 마련된다. 따라서 말모이체에 들어간 한글 범위와 캠페인에서 선정한 순우리말 목록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특정 낱말이 목록에 없더라도 그 낱말을 이루는 음절이 글꼴의 지원 범위에 있다면 말모이체로 표시할 수 있다.

반대로 지원 범위 밖의 드문 음절을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다른 글꼴의 모양으로 대신 보여줄 수 있다. 한글학회 안내는 ‘똠’과 ‘뷁’을 그런 글자의 예로 든다. 한 문장 안에서 일부 글자만 획의 분위기가 달라 보이는 현상은 이 대체 표시와 관련될 수 있다.

굵기도 프로그램의 ‘굵게’ 버튼으로 만든 효과와 서체 파일 자체에 마련된 모양을 구별해야 한다. 한글학회는 굵은 글씨가 필요할 때 Bold 서체를 직접 선택하도록 안내한다. 프로그램이 보통 굵기의 획을 기계적으로 두껍게 만들면 획이 뭉쳐 보일 수 있다는 이유다.

이 규격은 옛 원고에 적힌 글자를 그대로 늘어놓은 전시용 이미지가 아니라, 문장을 입력할 때 반복해서 쓸 수 있는 디지털 글꼴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원고에는 실제로 손으로 적힌 글자만 남아 있지만, 서체에는 원고에 없는 음절까지 일관된 모양으로 표시할 방법이 필요하다. 말모이체 제작에서 글자 형태를 분석한 뒤 음절 조합으로 넓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고의 획이 서체가 되기까지

제작의 출발점은 원고 전체를 스캔한 이미지였다. A.X K2는 종이에 남은 글자의 획에서 공통적인 형태를 찾고 자음과 모음의 모습을 정리하는 데 쓰였다. 원고에 남은 한 글자를 잘라 새 문장에 붙이는 방식으로는 필요한 음절을 모두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 설명에는 원고 속 ‘ㄱ(갈죽)’ 설명이 말모이체의 출발점으로 등장한다. 손으로 쓴 기록에는 글자 형태뿐 아니라 획이 꺾이고 이어지는 습관도 남는다. 제작진은 그 특징을 자모의 모양으로 정리하고, 조합을 확장해 같은 서체에 속하는 글자들이 서로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은 원고의 내용을 현대어로 다시 쓰는 작업과 구별된다. 글꼴이 옮긴 것은 사전에 수록된 뜻풀이가 아니라 종이에 적힌 글자의 시각적 특징이다. 오늘 작성한 문장이 당시 원고에 실린 단어로만 이뤄져야 말모이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개된 제작 설명은 원고 이미지를 분석하고 자모 형태를 추린 뒤 음절 조합을 넓혔다는 흐름을 제시한다. 다만 개별 글자의 최종 곡선을 사람이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수정했는지까지 세부 공정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완성된 모든 획을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결정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결과물은 역사 자료의 필체에서 출발하지만, 실제 사용 환경은 현대의 문서와 화면이다. 같은 자모도 손으로 쓸 때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반면, 디지털 서체는 입력할 때마다 안정적으로 표시돼야 한다. 원고의 개성을 살리는 일과 반복 사용 가능한 글자 체계를 만드는 일이 이번 제작에서 맞물린 지점이다.

글씨의 원전은 미완성 「말모이」 원고

「말모이」는 주시경과 제자들이 우리말을 모아 정리하려고 작성한 사전 원고다. 편찬은 끝내 완성되지 못했으며, 남은 원고는 국립한글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말모이체가 빌려 온 것은 이 원고에 실제로 남아 있는 손글씨의 형태다.

원고는 낱말과 뜻을 적은 본문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독자를 위한 ‘알기’와 ‘찾기’, ‘자획 찾기’ 같은 항목도 갖추고 있다. 말을 모으고, 설명하고, 찾기 쉽게 배열하려 했던 사전 편찬의 구상이 종이 위에 남아 있는 셈이다.

손글씨를 서체로 옮기는 일은 그 사전의 내용을 디지털 사전으로 바꾸는 일과 범위가 다르다. 글꼴 파일을 설치해도 원고의 표제어와 뜻풀이를 검색하는 기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신 원고에 남은 필체의 성격을 현대의 다른 문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영상에 담긴 옛 기록에는 글뿐 아니라 이극로의 육성도 포함된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남은 그의 목소리는 캠페인 영상에서 사용됐지만, 내려받는 말모이체 파일은 소리가 아니라 글자 모양을 담는다. 글씨와 음성이 같은 캠페인에 등장하더라도 독자가 설치하는 결과물의 범위는 분명하다.

원고의 역사와 공개된 글꼴의 쓰임은 이 지점에서 이어진다. 당시의 필체를 보존 자료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사람도 이제 그 특징을 적용한 글자로 새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새로 입력한 문장은 옛 원고를 그대로 재현한 기록이 아니라, 원고를 바탕으로 제작된 현대 서체의 사용 결과다.

순우리말 책자는 글꼴과 다른 결과물

글꼴과 함께 진행된 순우리말 선정은 별도의 작업이다. 서울신문의 캠페인 보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A.X K2로 고른 순우리말 100개를 국립국어원의 검수를 거쳐 책자로 만들고, 국립한글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글꼴은 설치하는 파일이고, 책자는 선정된 낱말과 뜻을 기록한 출판물이다.

낱말을 고를 때에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 자료가 활용됐다. 선정 기준에는 뜻풀이가 주는 심상, 오늘날 문장에 쓸 때의 자연스러움, 제목이나 이름으로 쓸 수 있는지가 포함됐다. 이는 원고의 필체를 추려 음절 모양을 만든 과정과 자료도 목적도 다르다.

목록에는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윤슬’, 눈이 쌓인 그대로의 깨끗한 상태를 가리키는 ‘숫눈’, 낯을 익힐 정도로 아는 사이를 뜻하는 ‘풋낯’이 들어 있다. 볼에 팬 우물을 가리키는 ‘볼우물’도 선정됐다. 이런 예시는 글꼴이 지원하는 모든 글자를 나열한 목록이 아니라, 캠페인이 골라 기록한 어휘의 일부다.

책자에서는 선정한 낱말에 품사와 뜻풀이를 붙이고 말모이체를 인쇄 글씨로 사용했다. 원고에서 가져온 글자 형태와 사전 자료에서 찾은 낱말이 책 안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책자가 말모이체로 조판됐다고 해서 책자 파일까지 글꼴 압축 파일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원의 검수는 순우리말 선정 결과에 관한 설명이다. 그것을 글꼴의 모든 글자 모양이나 이용 허락에 대한 기관의 보증으로 넓혀 해석할 수는 없다. 독자가 당장 받을 수 있는 것은 한글학회가 배포한 서체 파일이며, 책자는 별도의 출판·기증 경로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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